엔씨소프트가 창사 이후 첫 공동대표 체제를 갖췄다. 김택진 대표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새로운 대표인 박병무 내정자는 회사의 경영을 전담한다. 두 대표가 각자의 전문 분야를 맡아 글로벌 시장 위축, 세계적인 기업들의 게임 개발 규모 축소 등 불안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김택진 대표, 게임 집중…살림 맡는 박병무 대표 내정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 내정자는 20일 공동대표 체제를 설명하는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박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엔씨소프트의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그는 2007년부터 엔씨소프트의 사외 이사로 경영 자문을 담당했다. 특히 박 내정자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VIG 파트너스'의 대표 경력이 있는 만큼 업계는 박 내정자가 엔씨소프트의 인수합병(M&A) 전략을 맡을 것이라 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올해 시작되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 일렉트로닉아츠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스튜디오를 폐쇄했고 글로벌 게임 시장 성장은 멈췄다"며 "엔씨소프트는 이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더 높은 도전을 위해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역할은 엔씨소프트의 게임 경쟁력 강화다. 새 재미를 선사할 게임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도 만든다. 또 게임 개발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게임 제작 방법을 찾는 일도 수행한다.
김 대표는 "기존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스핀오프(파생작) 게임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 주에는 글로벌 빅태크 기업과 새로운 협력을 논의하는 해외 미팅이 잡힌 만큼, 구체적 결과는 적정 시점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AI와 관련해 해외 빅테크 기업과 협업도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내정자는 엔씨소프트의 경영 내실을 다지는 데에 집중한다. 경영 효율화를 비롯한 데이터 기반의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글로벌 게임 제작을 위한 기반을 다진다. 새 IP 확보와 M&A 기업 물색도 병행한다.
박 내정자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일부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 종료 등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면서도 "재무적 측면만 보고 효율화를 진행하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어 위험하다. 단순히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날렵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A는 사업적인 시너지가 나는지, 지속 가능한 미래 동력을 갖췄는지,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큰 자본이 들어가는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주주도 인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신작 신선도 떨어져"…소송은 '강경하게'
이날 간담회에서는 엔씨소프트의 현재 상황과 주주 가치 제고 방안 등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김 대표는 신작의 흥행 부진으로 '신선도'를 꼽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변화하는 게임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와 개발 시기가 겹쳐 같은 공간에서 일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고, 실제로 아픈 사람도 많아 주요 인력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해 개발이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렇게 늘어난 개발 기간이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작품 신선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작은 국내보단 해외 시장을 주요 목표로 삼아 국내 성과가 시장 기대보다 한참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역시 꾸준히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발표할 신작의 글로벌 성과를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 정책도 주주 가치를 높이는 한 축이지만 이는 단기적 효과를 갖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주주 신뢰와 믿음 회복, 그에 따른 실적 개선, M&A 통한 기업 가치 증대가 지속 가능한 주주 가치 제고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박 내정자는 "개발자들이 혼을 넣어 만든 게임을 카피(복제)하는 건 게임 개발자의 의욕을 상실시키고 한국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에 대해 소송을 걸고 법적 제재를 가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카피했다고 보이는 대상으로 조치했다는 것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