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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앞둔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국내기업 대응은

  • 2024.06.10(월) 06:30

머크 '가다실9' 특허만료 앞둬
中제약사, 복제약 임상 완료
SK바사·유바이오 등 개발중

자궁경부암 백신시장의 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 백신업계의 대응이 관심을 모은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는 '가다실9'을 이을 후속 자궁경부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가다실9의 특허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복제약 개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머크는 현재 가다실9을 1회 투여하는 요법의 효능과 면역원성(면역 유도효과) 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투여 횟수를 줄여 접종 편의성 등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가다실9은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9개 유형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예방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6개월간 총 3회 투여하는 요법으로 허가 받았다.

지난해 4개 유형의 HPV를 예방하는 '가다실'과 '가다실9'의 합산 글로벌 매출액은 약 89억달러(12조1500억원)로 전년대비 29% 늘었다.

머크는 가다실9이 막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HPV를 예방할 수 있는 후속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인종의 발병률이 높은 HPV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오는 4분기 중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머크가 이처럼 가다실9의 치료 편의성과 범위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특허 만료기간이 다가오면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다실과 가다실9의 주요 특허는 미국에서 2028년,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2030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두 제품의 한국 내 특허는 2027년까지다.

중국계 제약사 샤먼이노백스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란셋에 자체 개발한 가다실9의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세콜린9'과 가다실9의 면역원성을 직접 비교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8~26세 여성 55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세콜린9은 가다실9과 비교해 면역원성 등이 열등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샤먼이노벡스는 지난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2개 유형의 HPV를 예방하는 백신 '세콜린'의 사전 승인을 받은 바 있다. WHO 사전승인을 받은 제품은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의 조달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가다실9 특허만료 시기가 지나야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개의 HPV 유형을 예방하는 10가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가다실9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다. 백신의 보호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시장성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PV는 지역과 인종별로 유행하는 유형이 달라 어떤 바이러스를 추가로 예방하느냐에 따라 타깃 시장도 전략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2년 가톨릭대학교 의과학부와 HPV 10가 백신 후보물질에 면역증강제를 혼합한 후 효능을 확인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여기에 쓰인 백신후보물질은 가다실9이 예방하는 9개 유형에 더해 HPV 35형을 추가로 막아준다.

HPV 35형은 주로 아프리카 인종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형이다. 가다실9과 같은 자궁경부암 백신은 대부분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백신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의 접종률은 약 10%대로 낮은 편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HPV 4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면역증강제를 통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TLR4(톨유사수용체4)를 자극하는 원리의 자체 면역증강제인 'EcML'를 함께 사용해 백신의 효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은 2024년 88억달러(12조원)에서 연평균 7.3% 성장해 2028년 117억달러(15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음경암, 항문암 등도 예방할 수 있어 최근에는 남성 접종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은 아직 초기 단계로 경쟁력을 확인하려면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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