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삼키기만 하면 면역력이 생기는 경구용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주사제형과 비교해 복용 편의성이 높고 보관과 유통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화기를 넘어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경구용 백신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짜먹는 경구용 콜레라 백신인 '유비콜-S'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통과했다. WHO로부터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 품질을 인정받아 유니세프 등의 국제기구 조달 프로그램에 포함될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다.
유비콜-S는 병원성을 제거한 콜레라균으로 이뤄진 백신으로 입을 통해 소화기관으로 전달된다. 이후 장 점막의 면역 세포가 이를 공격하면서 동일한 병원체가 다시 침입할 때 대응할 수 있는 면역력을 형성한다. 장을 통해 약물이 신체 전반으로 흡수되면서 전신 면역도 생성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와 같은 원리로 콜레라뿐만 아니라 장티푸스, 폴리오(소아마비) 등 장내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소화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경구용 백신을 개발해 왔다.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만든 소아마비 경구용 백신인 'nOPV2'는 지난해말 WHO PQ를 통과했다. 스위스계 제약사인 베르나바이오텍은 이보다 한참 전인 1980년대에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인 '비보티트'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이 2019년 이 약물의 판권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경구용 백신 개발과 출시에 주목하는 이유는 주사제형과 비교해 복용 편의성이 높고 보관과 운송, 유통이 용이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경구용 백신은 노로바이러스다. 미국계 제약사인 백사트는 지난해 노로바이러스 경구용 백신의 임상 2상에서 대조약 대비 감염률을 29% 낮춘 결과를 확인했다. 노로바이러스는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이 없다.
백사트는 소화기를 넘어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경구용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백신이 일차적으로 흡수되는 장을 통해 구강과 코 등의 호흡기 점막 면역 체계를 형성하는 독자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백사트가 개발 중인 경구용 독감 백신은 임상 2상 시험에서 주사제형보다 센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최근에는 경구용 코로나19 백신을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과 비교하는 임상 2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천당제약이 코로나19 경구용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코로나19 종식 등에 임상에 들어가지 못하고 2년여만에 포기한 적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경구 백신 시장은 2023년 11억달러(1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7.6% 성장해 2030년 22억달러(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백신은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아 통증이 없고 복용 시 보조인력이 필요없어 대규모 접종 캠페인에 효율적"이라며 "보관이나 운송, 유통도 용이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효과적인 장점도 있다"고 했다.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 경구용 백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혈액을 통해 항원을 전달하는 백신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소화기를 통해 호흡기 점막 면역 체계를 구축하는 게 어려운 탓에 개발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