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해외 진출 방식이 그야말로 가지각색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 자사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현지 기업 인수·합병(M&A), 기술 수출까지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어서다. 이런 방식마다 장단점이 존재하기에 어떤 경로의 해외 진출이 네이버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동력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는 미국과 유럽, 사우디, 일본 등 해외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최근 임직원 대상으로 전달한 'CEO 레터'를 통해 "일본시장에서 웹툰, 웍스, 로봇 서비스에 대한 우리의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고, 미국과 유럽·사우디에 이르기까지 네이버의 전장(戰場)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네이버의 해외 진출 사례 가운데 성공적으로 꼽히는 지역은 일본이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지 기업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픈 대목도 없지 않다. 2019년 야후재팬을 우군으로 맞이하는 등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려는 상황에서 2023년 말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다. 지난해 일본정부가 행정지도에 나설 때 네이버 측의 지분 변동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해외에 진출시키고 10년 넘게 자리를 잡았음에도, 외국 기업이란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CEO 레터에서 "단기적인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라인야후와의 협업 구조를 현지에 맞게 정비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됐다"고 했다.
서비스 분야의 해외 직접 진출은 이런 리스크(위험)가 존재하기에, 네이버는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진출하는 방식도 구사하고 있다. 2023년 초 네이버는 약 2조3000억원을 들여 북미 최대 C2C(개인간거래) 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대표가 취임 후 던진 승부수이자 당시 국내 인터넷 기업이 단행한 인수합병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였다. 당시 네이버는 스페인 1위 리셀 커머스 '왈라팝'에 투자해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 포시마크와 같은 C2C 사업의 실적과 관련 "견고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다. 전자상거래 사업은 성공의 필수 요소인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특징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더 오래전부터 추진된 M&A를 통한 해외진출은 기술 분야였다. 2017년 미국 제록스로부터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 랩스 유럽)을 인수키로 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지속 고도화해왔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기술력 확보는 당장의 수익창출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자사 서비스 고도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수출 상품으로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가령 네이버랩스는 공간지능 기술을 국내 부동산 VR(가상현실) 매물 단지 투어에 적용했고,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에 대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 제공 매출이 작년 3분기 처음 발생했다. 네이버는 사우디를 거점으로 중동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 북미 지역 모두 다양한 유형의 시장이므로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