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리더십이 변곡점에 섰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임기가 올해 3월까지이고, 그가 전면에 내세운 임원들도 운명을 함께 할 수 있겠죠.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중동 지역 총괄 법인은 당초 지난해까지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지연되면서 법인장 임명도 현재까지 미정입니다.
네이버 안팎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최수연 대표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 해석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동안의 경영 성과, 조직 개편의 내용, 각종 시그널을 봤을 때 급격한 변화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우선,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6분기 연속 상승하는 등 최 대표의 경영성과는 숫자로 확인되고요. 작년 4월 최 대표는 기존 5개 CIC(사내독립기업) 조직을 12개 전문 조직으로 세분화하고 팀 네이버 차원의 의사결정기구인 3개 위원회를 CEO(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신설하는 등 중앙집권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임을 향한 시그널은 작년 11월 개최한 네이버의 컨퍼런스 '단'에서 나왔습니다. 6년간 1조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AI) 생태계에 투자하기로 하고, 이를 이끄는 임팩트 위원회 위원장을 최 대표가 맡는다고 밝히면서죠.
최 대표는 위원회 구성에 대한 언론 질의에 "위원장은 '당연히' 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초대 위원장을 CEO가 맡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지만, 6년이란 장기적 프로젝트 수장을 맡겠다고 선언한 것은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보면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1981년생 최 대표가 발탁한 젊은 임원으로 구성된 친정 체제 구축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실제 최 대표는 지난해 '단' 개최 당시 컨퍼런스 주요연사이자 핵심 사업의 부문장으로 젊은 리더십을 언론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에 대해 "네이버의 프로덕트, 기술 자산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낮추면서 "하지만 제가 젊고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하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은 성과 아니었나 싶다"고 설명하면서죠.
최 대표가 자신 양옆에 앉혀 소개한 리더(부문장급)들은 1973년생부터 1982년생까지 포진했는데요. 평균연령 45세 수준으로, 국내 다른 대기업 임원진과 비교하면 상당히 젊은 편입니다.
네이버 핵심사업을 이끄는 리더의 면면을 보면 최재호 네이버 발견·탐색 프로덕트 부문장(1979년생), 이일구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1973년생), 이세훈 네이버 플레이스 사업 기획 리더(1974년생),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리더(1982년생),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1979년생), 윤종호 네이버 광고 프로덕트 부문장(1979년생), 이윤숙 네이버 쇼핑 사업 부문장(1975년생) 등 7인입니다.
이처럼 최 대표 중심의 체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자리도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총괄 법인(가칭 NAVER Arabia)을 연내 설립하겠다고 밝혔는데, 1월 현재까지 설립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인장 자리도 아직 임명되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안팎에선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초대 법인장 후보로 거론되는데요. 그는 1971년생으로 다른 리더에 비해 다소 연령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일 수는 없죠. 채 대표의 경우 네이버 중동 사업을 초기부터 이끈 경험과 역량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연륜의 리더십 또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판단이겠죠.
네이버 관계자는 "중동 사업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고, 현지 사정으로 인해 법인 설립만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며 "올 1분기 안에는 설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1분기 중으로 윤곽이 보일 최 대표와 주요사업 리더, 중동 총괄 법인장은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