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술이 넥스트 팬데믹(신종 감염병 대유행)을 막을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단기간에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어서다. 최근 중국에서 제2의 코로나로 불릴만한 호흡기 감염병이 급격히 확산되자 국내 AI 신약개발사의 주가가 뚜렷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신속한 개발로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나 어울릴 법한 AI가 신규 감염병에 맞서 백신 개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해보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AI 신약개발사인 온코크로스와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주가는 연초 부터 나란히 뛰어 올랐다. 특히 온코크로스의 주가는 7일 종가 기준으로 작년말 대비 34.3% 오르면서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상승률(5.9%)을 6배나 웃돌았다.
연초 이후 중국 내 호흡기감염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향후 사태가 심각해지면 두 회사가 보유한 AI 신약개발 기술이 치료제를 발굴하는 선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기침, 콧물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가 유행하고 있다. hMPV는 아직 세계적으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AI는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처리해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국제 의료연구재단과 수행한 연구에서 AI는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전 단계까지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25~5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AI 신약개발사인 인실리코메디슨은 폐질환 신약후보물질을 46일만에 발굴해 현재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2020년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2개월 만에 다수의 치료후보물질을 발굴한 적도 있다. 여기에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은 '렘데시비르'보다 우수한 후보물질 3개가 포함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온코크로스 관계자는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해 치료후보물질을 빠르게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렘데시비르보다 우수한 물질을 3개 찾았고 이 중 한 개를 직접 개발하려고 했으나 시간 등의 문제로 논문만을 발표한 상황"이라고 했다.
백신도 AI로 개발가속
AI는 치료제뿐만 아니라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 시킬 수 있다. 기존 단백질 접합체 백신보다 개발시간이 짧은 mRNA 백신과 결합하면 폭발적인 시너지(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미국계 백신개발사인 모더나는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해 11개월 만에 사용승인을 받았다. 여기에는 AI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모더나는 기존 대비 30배 가량 mRNA 백신 설계속도를 높인 AI 기술 등을 접목했다.
이후 AI 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한 글로벌 기업들은 mRNA 백신 개발 과정에 AI 도입을 확대했다.
세계 최초로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계 백신개발사 바이오엔텍은 지난 2023년 AI 신약개발기업인 인스타딥을 인수했다. 모더나는 같은 해 자체 생성형 AI인 'mChat'을 개발한 데 이어 이듬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AI 툴을 도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등 국내 백신개발사도 AI 기술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시 100일 내로 백신, 200일 내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 대응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를 위해 mRNA 백신과 AI 신약개발 기술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내 백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백신의 효과를 실험하는 단계에서 AI 기술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여줘 개발효율이 크게 개선됐으며 향후 설계, 생산공정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용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