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올해부터 주로 바이오벤처의 신약개발 업무를 지원하는 CRO·CDO(위탁연구·개발) 사업에 뛰어든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직접적인 수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셀트리온이 자본금 100억원을 출자해 세운 100% 자회사다.
주요 사업은 크게 3가지다. △임상시험을 위탁 수행하는 CRO △고객사의 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CDO △의약품을 대신 생산하는 CMO(위탁생산)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올해 상반기 CMO 사업을 위한 신규 공장 착공에 나서는 가운데 CRO와 CDO 서비스를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CMO 서비스가 출시되는 2028년 이전까지 CRO·CDO 분야에서만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세포유전자, 펩타이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서비스를 확장해 2031년까지 1조원의 매출을 거둔다는 목표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달 개최한 법인 설립간담회에서 "CRO나 CDO 비즈니스는 공장 건설 전에도 할 수 있어 내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하려고 한다"며 "2025년부터 영업을 개시하면 2031년에는 매출 1조원 달성을 기대한다"고 했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CRO·CDO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자신하는 이유는 후보물질발굴부터 임상, 허가까지 의약품 개발 전 주기를 직접 수행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항체 기반의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11개의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백신, ADC(항체약물접합체) 등의 신약개발을 병행하며 관련 특허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바이오벤처와 오랜 시간 협업하면서 항체의약품을 넘어 다양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개발 능력을 내재화하기도 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2022년부터 이중항체, ADC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4곳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미래에셋그룹과 손잡고 영국계 ADC 개발기업의 최대 지분도 확보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혁신)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면서 신약개발사도 육성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분투자 방식으로 외부 바이오벤처와 협업을 도모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이 ADC 분야에 집중돼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도 셀트리온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셀트리온이 확보한 고객은 향후 출시할 CMO 사업에도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개발이 진척됨에 따라 CMO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CRO·CDO 서비스를 받는 고객사를 CMO 단계까지 끌고 가는 '팔로우 더 몰레큘' 전략을 펴고 있다.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점도 성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글로벌 금리인하로 바이오벤처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며 신약개발 활동이 늘어날 수 있고 미국에서 중국계 생명공학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이 발의되면서 반사이익을 노려볼 수 있어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부터 CRO와 CDO 서비스를 개시하는 게 맞다"며 "원가 경쟁력과 고객친화정책에 기반해 진정한 의미의 '엔드 투 엔드(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