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AI(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인 인실리코메디슨이 국내 바이오 기업과 손잡고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후보물질 발굴에 걸린 시간은 단 4개월. 신약개발 분야에서 AI 기술의 잠재력을 또 한 번 증명한 셈이다.
인실리코메디슨은 국내 바이오기업인 테라시드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을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26일 밝혔다.
NASH는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 손상, 섬유화 등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첫 번째 NASH 치료제('레즈디프라')가 허가가 이뤄졌으나 약효, 부작용 등에 한계가 있어 여전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
인실리코메디슨은 테라시드로부터 일련의 화합물을 제공받았다. 이후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Chemistry42)을 통해 4개월 만에 ADMET(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 특성을 최적화한 분자 40개를 합성했다. 인실리코는 이 중 가장 우수한 특성을 가진 후보물질 하나를 선정했다.
테라시스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물질을 이어받아 생체 내 실험 등을 통해 전임상 후보물질로 개발할 계획이다. ADMET 최적화는 신약개발 초기단계에서 실패요인을 사전에 예측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개발 전략이다.
김흥재 테라시드 대표는 "인실리코의 AI 기술을 활용하여 짧은 기간 내에 ADMET 특성이 뛰어난 최적의 분자를 도출할 수 있었다"며 "이번 성과는 AI와 첨단 바이오기술의 결합이 가져오는 혁신적인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펑 렌 인실리코메디슨 공동 대표 겸 최고과학책임자는 "이번 성과는 AI가 신약 개발의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앞당길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사례"라며 "테라시드가 이번 후보물질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실리코메디슨은 지난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AI를 통해 단 46일 만에 발굴한 특발성 폐섬유화증 후보물질 'ISM011-055'를 소개하며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이어 지난 2023년 AI로 개발한 약물 최초로 임상 2상 시험에 진입했다. 이 약물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임상 초기 결과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