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SKT·KT·LGU+)가 인공지능(AI)으로 사업 무게추를 빠르게 옮기고 있다. 기존 통신 본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통신망 운영 경험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AIDC) 등 인프라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통신사들의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배경과 세부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

국내 통신사들은 지난해 개인정보유출(해킹)로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다. 고객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물론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과도한 치킨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 급부로 인공지능(AI) 등 신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특히 올해 들어 AI 모델의 급속한 발전으로 AI 인프라 확충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10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정된 시장 속 치킨게임 피로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회선수는 약 9398만회선, 이 가운데 순수 휴대폰 회선은 약 5740만회선으로 전체 인구수를 넘어섰다.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통신사업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도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1분기 SK텔레콤(SKT) ARPU는 2만9261원,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3만4781원과 3만5646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2~0.3% 수준에 그쳐 사실상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결국 한정된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야 하는 구조다. 특히 지난해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SKT는 유심(USIM) 관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위약금 없는 해지를 허용하며 고객을 잃었다. KT도 초소형 기지국 해킹으로 약 2개월 간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했다. 위약금 면제 대상 통신사는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른 통신사들은 빼앗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는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SKT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1.1% 감소하며 역성장했고, KT의 경우 부동산 자회사 분양이익 영향으로 전체 이익은 늘었지만 통신 본업은 소액결제 해킹 대응 비용 반영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LGU+가 반사이익을 누리며 영업이익이 성장하긴 했으나, 이 역시 통신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진 것은 아니라는 게 통신업계 냉정한 평가다.
그렇다고 통신사업을 등한시할 순 없는 게 현실이다. 이동통신망은 디지털 서비스의 기본 인프라인 까닭이다. 가입자 증가폭은 크지 않아도 기술 자체는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현재 통신3사는 5G 고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6G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6G 도입이 본격화되면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통신업 수익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입자를 두고 벌이는 치킨게임은 자제하되 기술 경쟁력은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기술은 꾸준히 진화하고, 세대교체 시기마다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온다"며 "통신업은 성장을 기대하기보다 회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도 인프라 싸움"…AIDC 선점경쟁
현재 통신사들이 통신 외에 가장 집중하는 핵심 수익원은 데이터센터(DC) 사업이다. 대량의 데이터가 막힘없이 오가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광케이블망과 국가 기간 통신망을 직접 보유한 통신사가 네트워크 비용과 품질 면에서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데이터센터 사업이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고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면, AI 시대가 본격화된 지금은 'AIDC(AI 데이터센터)'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AI 모델이 학습하고 추론하려면 일반 서버가 아닌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가 필요하다. 하지만 GPU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발열량이 많아 이를 전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고성능 AIDC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AIDC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이다.
현재 통신사들은 AIDC 인프라 구축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SKT는 울산에 100메가와트(MW) 규모의 AIDC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KT는 2031년까지 1.2GW 규모를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U+도 40MW 하이퍼스케일 AIDC를 내년 상반기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기반도 AIDC 등 대규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그 인프라를 운영한 경험이 중요하다"며 "통신사들의 인프라 경험이 AI 시대에도 밑거름이 되고 수익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