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그리고 리스크 프리미엄 세 가지 변수들이 변함에 따라 시장금리도 변동한다. 바람직한 시장금리 수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에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 제로(0)인 수준이다. 예컨대 실질성장률 2.5%, 물가상승률이 1.5%라고 가정한다면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금리 수준은 4.0%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시장금리가 경제현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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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세계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제로인 황금률(golden rule)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오히려 리스크 프리미엄이 시장금리를 변동시키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 특히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은 쉬지 않고 생성되기 때문이다.
지불불능위험의 대가인 리스크 프리미엄의 크기는 채권 발행주체의 지급능력 평가와 동시에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의 주관적 기대가치가 반영되어 결정된다. 그래서 시장참가자들의 위험선호 또는 위험회피(risk aversion) 성향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된다.
같은 유로 지역 내에서도 2013년 8월 현재 그리스가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9.9%로 독일 국채 1.9%와는 5배 정도나 큰 차이가 난다. 두 나라가 똑 같은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면서 금리 차이가 크게 나는 까닭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sovereign credit rating)이 낮아 지불불능위험이 독일보다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형성과 소멸에 따른 리스크 변동에 따라 채권의 가격은 어떻게 변하는가? 아시아 외환금융 위기 당시 불확실성이 한껏 고조되어 리스크 프리미엄이 매우 높게 형성되었다. 우리나라 회사채(aa-) 금리는 12%에서 일시적으로 30% 수준까지 급등하다가 하락하여 약1년 후에는 8% 수준을 밑돌았다. 만약, 금리 30%, 만기 30년 채권 1억 원을 매수한 후, 금리가 8%대로 하락하였을 때 매도하면 약 3억 5천만 원이 된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커졌다 줄어졌다 하면서 누군가 막대한 초과수익을 누리게 된다.
반대로 이 채권이 부도처리 된다면 그저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지불불능위험이 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해,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위험을 수용한 대가이지, 그냥 주운 것이 아니다.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신용이 떨어지는 만큼 추가비용을 부담한 결과다. 시장이 평가하는 지불불능위험에 대한 비용부담이다.
오늘날 같이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는 한나라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실시간으로 다른 나라에 파급된다. 금리를 매개로 외환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 가격을 변동시킨다. 금융시장 위험은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어 경제성장이나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금융가격지표를 변화시키는 순환구조를 보인다. 쉬운 예로, 금융위기는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증폭시켜 금리를 크게 상승시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성장률을 하락시켜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저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하면 중장기 물가를 불안하게 하여 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리스크를 무시하다가는 실패하기 쉽지만, 리스크를 무조건 회피하면 위험의 대가인 수익을 포기하여야 한다. 반대로 리스크 프리미엄은 얼마 되지 않는데도, 위험이 큰 상품에 투자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에 비하여 리스크가 낮은 금융상품을 골라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시장참여자들의 리스크 수용능력이 커지면 시장 전체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커지게 되어 금리의 급등락 현상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중·장년기 이후에, 여러 가지 금융상품의 리스크 스프레드와 그 변화 추세를 냉철하게 관찰하는 일은 청·장년기에 열심히 일하는 만큼 중요한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