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는 영국의 노름꾼 샌드위치 백작이 식사할 시간도 아까워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먹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그래서 백작 이름을 따서 샌드위치가 됐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史實)이면서 사실(事實)과 다르다. 샌드위치는 우선 사람 이름이 아니다. 영국의 도시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다. 샌드위치가 유명해진 이유는 18세기, 영주인 샌드위치 백작 4세, 존 몬태규 경 때문이다.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을 하다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1772년 프랑스 기행작가 피에르 장 그로슬리의 『런던여행』이라는 책에서 비롯됐다. 백작이 도박을 하다 빵 사이에 소금에 절인 고기를 끼워 먹는 것을 본 옆에 사람이 "샌드위치와 같은 음식을 달라"고 주문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로슬리는 당시 런던에 떠도는 소문을 적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식 이야기만 보면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는 단순한 도박꾼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세계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음식 이름뿐만 아니라 세계 구석구석에 흔적이 남아 있다.
존 몬태규는 다수의 해군제독을 배출한 명문가 출신이다. 본인도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했고 해군성 장관을 세 번이나 지냈다. 때문에 바다와 관련된 업적이 많아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곳곳에서 샌드위치와 관련된 지명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하와이로 이곳의 옛 이름이 샌드위치 섬이었다. 1778년 제임스 쿠크 선장이 탐험했을 때 자금을 지원한 해군장관 존 몬태규, 샌드위치 백작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작위를 따서 지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남극 세종기지와 멀지 않은 아르헨티나 남동부의 남극해에도 사우스 샌드위치 군도라는 섬들이 있다. 역시 1775년 쿠크 선장이 발견해 후원자인 존 몬태규 경의 작위를 따서 샌드위치 군도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하와이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게 되면서 앞에 사우스(South)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밖에 오스트레일리아 남동쪽에는 몬태규라는 섬이 있고, 알래스카 만에도 몬태규라는 섬이 있는데 모두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를 기념해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존 몬태규는 미국 독립전쟁과도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해군장관이 존 몬태규였는데 이 무렵, 몬태규는 유럽의 군비축소와 재정적 이유를 들어 영군 해군을 감축했다. 뿐만 아니라 독립전쟁이 일어났을 때 영국 해군의 미국 파견을 반대했다. 함대가 미국으로 떠날 경우 프랑스 해군의 공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국이 미국의 독립전쟁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당시 미국이 독립하는 빌미를 간접적으로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박꾼 샌드위치 때문에 샌드위치라는 음식이 생겼다는 유래도 여기서 비롯됐다. 존 몬태규에 대한 평판은 엇갈린다. 유능한 행정가였다는 평가도 함께 도박이나 즐기는 무능한 인물이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사실 샌드위치 백작은 카드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정치적 반대파들이 도박에 빠진 백작이 식사시간도 아까워 빵에 고기를 끼워먹으며 노름에 열중했다고 소문을 낸 배경이다.
사실, 샌드위치 백작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정확한 평가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공직자는 처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자칫 도박꾼 샌드위치로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