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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는 속도전이 아니다

  • 2014.07.24(목) 09:01

내수활성화 통한 경제살리기..전쟁치르듯 해서야
소득중심 성장론..독밑의 구멍 메워야 효과

이젠 낯익은 장면들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총력전'과 '올인'의 각오를 다진다. 정부는 사방팔방에서 창조, 혁신, 규제철폐 구호를 외친다. 여당은 위원회 설치와 신속한 입법을 약속한다. 올해초 박근혜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았을 때의 분위기다. 그렇게 전쟁치르듯 창조하고 혁신하겠다고 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 투자를 일으키고, 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주춤해졌다. 그 자리를 국민 생명과 안전이 채웠다. 오늘이 세월호 참사가 터진지 100일째다. 대한민국에 던진 파장은 간단치 않았고, 그림자도 짙었다. 세월호처럼 바닥으로 가라앉은 우리 경제는 쉽게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진용을 새로 짰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친박 인사가 경제사령탑을 맡았다. '실세' 최경환 부총리는 거침이 없었다. '추경'(추가경정예산)을 거론했고, 금리 얘기를 했다. 한겨울에 여름옷 입은 격이라며 주택관련 금융규제를 지목했고, 사내유보금 과세 카드도 들이밀었다. 지청구와 책임론에 시달리던 전임자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첫 국무회의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전쟁 치르듯 하는 경제 살리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금융·재정을 비롯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경제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쳐달라"고 했다. 22일 청와대에 2기 내각 장관들을 불러놓고 가진 첫 국무회의에서다.

 

오더(Order)는 떨어졌다. 방법론도 제시됐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라고 했다. 앞서 부총리는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한은 총재와 만남에서 "금리의 금자도 안꺼냈다"고 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바뀌었다. 금리인하는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가계부채 1천조 시대다. 부동산을 살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금융규제를 푸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다. 금리까지 내리면 가계가 빚 얻어 쓰는 환경은 크게 좋아진다. 반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려온 부채 리스크는 커진다. 빚이 늘어나는 만큼 이자부담에 허리가 휠 가계는 많아질 것이다.

부총리는 경제5단체장을 만나 사내유보금 과세 얘기도 했다. "신중히 접근해 달라"는 재계 요청에 부총리는 "기업들 부담이 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성과가 배당이나 임금 등으로 흘러들어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취지라고도 했다.   

기업의 이익 분배는 간단한 산수다. 이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한 만큼 공평하게 나누면 된다.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고, 경영진이 경영을 잘했으면 연봉으로,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면 임금으로 배분해주면 된다. 결정은 기업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따른다. 주총이나 이사회, 임금협상 등이 그것이다. 정부가 애초부터 감놔라 배놔라 할 사안은 아니다.

 

기업들이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은 건 문제 삼을 수 있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경제여건, 물고 물리는 산업 경쟁, 여기에 경영승계 같은 특수 요인도 작용했을 법하다. 그렇다고 세금 고스란히 물고 유사시에 대비해 쌓아둔 기업 돈에 정부가 숟가락 걸치겠다는 건 과하다. 


일각에서는 배당을 늘리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외국인 주식투자가 늘어나 주가가 오르면 내국인 투자자들도 이익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늘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축들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항상 선순환을 상정한다. 윗선의 의지와 방향성만 확인되면, 잘못될 가능성은 아예 배제시켜 놓고 일을 시작한다.  경제는 선순환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벤처 거품과 부동산 광풍, 카드 대란의 원인을 파고 들어가보면 악한 의지의 정책은 없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윗목-아랫목 논리도 비슷한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선한 결과'까지 담보하진 못했다.


경제가 좀 살아났으면 좋겠다. 기업도, 가계도 모두 어려워들 한다. 세월호 여파가 겹치면서 심리적으로 과도하게 위축됐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를 살려주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2기 경제팀이 지향하는 '소득중심 성장',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일으키고 내수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향성은 적절해 보인다.  

두 가지 정도만 염두에 뒀으면 한다. 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금리인하, 부동산 규제 철폐 등은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지만 잘못쓰면 독이 될 수 있다. 선순환을 상정해놓고 전쟁하듯이 총력전 펴고, 올인하지 말았으면 싶다. 그런다고 살아날 경제라면 역대 어느 정부가 못살렸겠나. 내가 하면 다르다는 교만도 버렸으면 좋겠다. 잘못되면 뒷감당은 늘 국민이 져왔다.    

두번째는 새는 구멍 잘 막으라는 거다. 밑빠진 독에는 물을 채울 수 없다. 소득 증대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중간에 빠져나가는 돈을 줄여줘야 한다. 대한민국 월급쟁이와 자영업자들의 돈은 어디로 새는가? 대표적인 구멍이 육아와 교육, 주택이다. 일년 열두달을 벌어도 번듯한 새 옷 한벌 못 사입고, 가족여행 한 번 못 가는 건 이런 구멍으로 돈이 줄줄 새기 때문이다. 이 구멍들은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반값 혹은 무상으로 메워주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이다. 실천이 남았다. 2기 경제팀에게 안겨진 숙제이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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