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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새우를 한 입에 ‘쏙’

  • 2014.10.17(금) 08:21

가을은 대하의 계절, 식도락을 즐기는 미식가라면 이맘 때 대하 먹으로 일부러 서해 바다를 찾는다. 새우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가 소금을 바닥에 깔고 굽는 소금구이다. 소금이 새우 냄새도 잡고 간도 배기 때문이다. 새우 찜도 흔히 먹는 방법이고 때로 익히지 않고 회로도 즐기며 새우 칵테일을 먹는 방법도 있는데 참고로 새우 칵테일은 이름만 술일 뿐 술은 아니다.


우리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새우를 먹는 독특한 방법 중 하나가 새우에게 술을 먹여 잔뜩 취하게 만든 후 먹는 법이다. 살아있는 음식 재료 가지고 ‘별 짓’ 다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는데 사실은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라 중국 요리다. 그 중에서도 홍콩에서 발달해 중화권에서 널리 퍼졌는데 우리나라 중국 음식점 메뉴에도 보인다. 이름도 쭈이샤(醉蝦), 술 취한 새우라는 뜻이다.


술 취한 새우, 쭈이샤는 술에 살아 있는 새우를 담아서 먹는다. 술을 가닥 담은 그릇에 새우를 넣으면 팔딱팔딱 튀어 오르는데 뚜껑을 덮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술에 취해 잠든 것처럼 잠잠해진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에 담갔다면 술에 불을 붙여 살짝 익혀서 먹는 방법이 있고, 술에 쩐 새우를 꺼내어 새우찜으로 먹을 수도 있다. 혹은 술 취한 새우의 껍질을 까서 새우회로 즐길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생선회를 먹지 않는 중국이지만 쭈이샤는 새우가 알코올에 소독됐다며 좋아하는 편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음식인 술 취한 새우, 쭈이샤이지만 맛은 특별한 부분이 있다. 신선한 새우 맛에다 중국 술의 향기가 스며들어 독특하다. 술 향기가 맛을 좌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고급 음식점에서는 좋은 술을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술은 하얗고 투명한 독주인 소위 배갈이나 아니면 은은한 향기가 특징인, 도수 약한 전통 명주 소흥주(紹興酒)를 사용한다.
 

중국인들이 새우에게 술을 먹인 역사는 쭈이샤라는 요리가 유행한 것보다는 더 오래됐다. 18세기 후반, 청나라의 학자이며 미식가로 널리 알려진 원매가 쓴 수원식단(隨園食單)이라는 책에 ‛술 취한 새우’라는 요리이름이 보인다.


새우가 빠진 술그릇에 불을 붙여 새우의 껍질이 빨갛게 될 때까지 익힌 후 껍질이 아삭해지면 간장과 식초를 더해 먹는다고 했다. 요리에 관심 많은 중국에서는 새우 하나를 놓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시도했다. 청나라 때인 1869년에 발행된 위문중(魏文中)의 수운각(繡雲閣)이라는 고전소설에는 술 먹인 새우를 요리하는 방법이 보인다.

어느 부자가 시장에서 새우를 사 갖고 와 부인에게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을 불러 새우젓을 담도록 하시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인이 “소금에 절이면 맛이 짧아지니, 술에 담가 취하게 만든 것보다 오래 가지 못 한다”며 “집에 오래된 술이 반동이 있으니 새우를 넣은 후에 새우가 취하면 그 때 꺼내어 쪄먹으면 맛있다”고 했다.

대하의 계절을 맞아서 알아 본 새우 먹는 법이다. 덧붙이자면 술 취한 새우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사람은 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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