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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판매 금지령

  • 2014.10.24(금) 08:31

“잘라 팔면 안 된다”..식빵 규제에 주부들 집단 반발

 

지금 식빵은 기계로 규격에 맞게 반듯하게 잘라서 판다. 누가 처음 식빵을 잘라서 판매했을까? 1928년, 미국의 칠리코테라는 제빵회사다. 


별 것 아닌 사실이 왜 역사 기록으로 남았을까?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혁명적 변화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상생활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래서 "식빵을 자른 이래 최고(the best thing since sliced bread"라는 말이 '역대 최고'라는 관용구가 됐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것이 1903년이니 비행기 발명보다 더 높게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자른 식빵이 바꾼 변화는 끝이 없다. 먼저 가정주부의 일손이 줄었다. 전에는 빵을 사면 식구가 먹을 만큼 일일이 잘라놓아야 했는데 하루 종일 걸리는 노동이었다. 가족들이 일터로 나갈 때도 꼬박꼬박 식탁에 음식을 차렸지만 규격에 맞춰 자른 식빵이 나오면서 샌드위치만 준비하면 바로 ‘끝’이었다. 미국 아이들 도시락도 땅콩 잼 바르고 베이컨 얹은 샌드위치로 통일됐으니 주부들 가사노동의 부담이 훨씬 줄었다.

산업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았다. 규격에 맞게 자른 식빵 덕분에 토스트 기계가 불티나게 팔렸다. 전기 토스트는 20세기가 시작되기 전후로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유행한 것은 자른 식빵이 나온 이후부터다. 토스트나 샌드위치에 바르는 각종 잼 종류도 이 무렵 수요가 폭증했다. 땅콩버터가 널리 퍼진 계기가 자른 식빵 판매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일상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자른 식빵을 팔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빵은 덩어리 채 팔아야지 기계로 잘라서 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식빵 판매 금지령이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황당한 규제를 만들었을까?

1943년, 미국 농무부 장관이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참일 때다. 식빵을 기계로 자르면 전쟁물자 조달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다.


옛날 식빵은 지금과 달리 기름종이로 포장했다. 자른 식빵은 보다 빨리 상하기 때문에 두꺼운 기름종이를 사용해야 하고 부피도 늘어 포장지가 낭비된다. 식빵 자르는 기계를 만들려면 금속이 필요한데 쇠는 녹여서 전쟁무기를 제조해야 한다. 빵을 잘라 팔면 먹기가 편해 더 많이 먹으니 식량소비가 늘어난다. 전시 물자절약에 앞장서야 할 판국에 자른 식빵에 전시물자 낭비를 초래한다는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자른 식빵 판매금지가 시행되자 주부들이 들고 일어섰다.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국민을 못살게 구는 터무니없는 규제라는 비판이 일었다. 여론이 들끓자 당시 뉴욕시장이 나섰다. 중앙정부 결정이니 지방 자치단체에서 마음대로 폐기할 수 없었기에 예외 규정을 만들었다.

 

이미 빵 자르는 기계를 사용 중인 제빵업체에서는 기계를 버릴 수 없으니 계속 빵을 잘라도 좋다는 것으로 농무부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조치였다. 자른 식빵 판매금지 조치는 결국 주무 관청인 농무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두 달 만에 백지화됐다.

"막상 자른 식빵의 판매금지 조치를 시행해 보니 군수물자 절약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게다가 다행히 제빵업체에서 포장지로 쓸 충분한 기름종이를 확보했다고 하니 자른 식빵 판매금지령을 해제한다"


터무니없는 규제를 해제하는데도 명분과 핑계를 끌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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