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위 댄스(Shall We Dance)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삶에 무료함을 느낀 주인공이 우연히 댄스학원 광고를 접한 뒤 춤의 매력에 빠져드는 내용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요즘 주변에서도 셸 위 댄스의 주인공이 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탱고가 소리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아르헨티나 탱고는 15년 전 즈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댄스 스포츠인 인터내셔널 탱고와는 다르다.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려면 춤 외에 많은 매너도 익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5-6개월의 연습 기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이 끝나야 비로소 탱고를 추는 플로어에 설 수 있다.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는 공간을 밀롱가라고 부른다. 토요일 저녁 청담동에 있는 탱고클럽 입구에 들어서자 1900년대 초반 강렬한 탱고 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평일엔 아르헨티나 탱고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로, 토요일 저녁이면 밀롱가로 변신해 화려한 탱고 무대가 펼쳐진다.
1870년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부둣가 하층민과 이민자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덜어줬던 아르헨티나 탱고가 지금은 현대인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탱고는 서로 포옹하는 느낌으로 상체를 밀착시킨 아브라소(abrazo) 상태로 춤을 춘다. 아르헨티나에선 자연스럽지만, 우리 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아르헨티나 탱고 경연대회를 준비 중인 김주리 씨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배우는 분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에요. 낯선 사람과 안고 춤을 추는 만큼 어떤 춤보다 에티켓과 매너가 필요합니다."
탱고를 배운지 13년째인 조철현 씨에 아르헨티나 탱고의 매력에 관해 물어봤다. "탱고의 매력이요? 저는 탱고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탱고는 춤을 출 때 재즈처럼 형식이 없어요.
토니는 아르헨티나 탱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공감과 네트워크를 꼽는다. "아르헨티나 탱고는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또 존중하면서 추는 춤입니다.
상대방과 밀착되어 춤을 추는 만큼 상대의 감정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끼면 좋은 호흡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탱고는 매너 좋은 분이 빨리 배웁니다."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는 순간 파트너의 사회적 지위는 사라지고, 서로에게 집중하고 배려해야 더 행복하게 춤을 출 수 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상에서도 아르헨티나 탱고의 배려와 매너만 있다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