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6일 토요일 광화문은
촛불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조선시대 국왕이 드나들던 정문이
여전히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펄떡였다.
세종문화회관에선 합창이 울려 퍼졌다.
그 어떤 공연보다 감동과 울림이 컸다.
첫눈이 내린 쌀쌀한 날씨였지만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옹기종기 모여 체온을 나누는
황제펭귄의 허들링(Huddling)처럼
서로를 격려하면서 진한 공감을 나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광화문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마치 마법과도 같이
전날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영국에서 여행 온 데릭(Steve Lloyod Derek)은
한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광화문을 자주 봤습니다.
그래서 친숙합니다.
세월호는 저에게도 충격이었고
마음도 매우 아팠습니다.
광화문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을 들으며
이곳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역사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경주에 사는 이진국 씨 가족은
TV에서 촛불집회 장면을 보고
일부러 광화문을 찾았다고 한다.
"저도 가족도 광화문이 처음입니다.
전철에서 내려 이곳으로 올라오는데
왠지 모를 찡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에게
광화문은 과연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이문세 씨가 부른 광화문 연가의 가사가 떠오른다.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2016년 11월 26일 첫눈 내리던 광화문엔
그래서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