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
걸스카우트 제복을 입은 소녀들이
나라별로 무리를 지어 쉬고 있었다.
새벽에 막 도착해 피곤할 만도 한데
아랑곳없이 들뜬 분위기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안고 인사한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데 하나되는 느낌
소녀들의 웃는 얼굴에 그대로 묻어난다.
제16회 걸스카우트 국제야영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소녀들이다.
▲ 사진제공: 권혁진 감독 |
제16회 걸스카우트 국제야영은
남한강 주변 여주 당남리 섬에서
7월31일부터 8월6일까지 6박7일간 열렸다.
14개국 5000여 명의 걸스카우트 대원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꽃 군락을 이루는
아름다운 꽃섬 당남리를 가득 메웠다.
김경옥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는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에도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분주했다.
"1946년 설립된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은
소녀와 젊은 여성을 위한
대한민국 유일의 청소년 교육단체입니다.
한국의 소녀들이 세계 변화를 주도하는
여성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이번에도 다문화가정과 탈북청소년,
소외계층 청소년 등을 특별 초청해
다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어요.
이번 야영을 통해 많은 청소년이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야영지 한쪽에 있는 플랜코리아 부스에
개그맨 김지민 씨가 방문했다.
걸스카우트와 플랜코리아가 함께 진행하는
모금 캠페인인 'Because I am a girl'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김지민 씨의 방문에 금세 20m가 넘는
포토월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걸스카우트 대원들과 같은 또래 친구들이
세계 곳곳에서 빈곤과 차별로 고통받고 있어요.
이 캠페인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많은 응원과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분이 'Because I am a girl'
모금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해요."
이예인(왼쪽 끝) 양은 봉사요원으로
이번 국제야영에 참여하고 있다.
"봉사요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 기뻐요.
특히 외국 대원들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생활할 수 있어 기대가 큽니다.
좋은 만남, 추억을 만들려고 해요."
조주효(왼쪽 두 번째) 양의 소감은 어떨까.
주로 개인적으로 생활하다 보니
협동심이나 나눔을 경험하기 어렵잖아요.
이번 야영은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 될 듯해요."
신옥희 야영장은 수시로 숙영지를 돌며
불편이나 애로사항이 없는지 살핀다.
"국제야영은 2년마다 열려요.
이번엔 'Act, Connect, Empower'를 주제로
자연과 더불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소녀로서 또 여성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키울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나라도 환경도 문화도 제각각인
14개국 5000명의 걸스카우트 대원들이
야영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면서
훌륭한 인성과 인격을 갖춘 여성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4일째 국제의 밤 축하공연에선
각 나라 걸스카우트 대원들이
저마다 준비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각국의 전통의상은 흥겨운 음악과 어우러져
당남리섬의 무더운 한여름 밤을 수놓았다.
국제야영의 마지막 날 저녁
대원들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김민조 친구는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 두렵기도 했지만
정이 많이 들어 헤어지려니 아쉬워요."
박소연 친구는
"6박7일 동안 뜻 깊은 시간을 보냈어요."
김연우 친구는
"외국인 친구들과 아주 친해졌는데
다음 대회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문다솔 친구는
"전남에서 왔는데 다른 지역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또 자주 연락하기로 했어요."
14개국 5000여 명의 걸스카우트 대원들은
한여름 6박7일의 뜨거운 일정을 뒤로 한 채
아쉬움을 가득 안고 각자 생활로 돌아갔다.
언어도 문화도 생활도 다른 대원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나눈 소통은
세상보다 더 큰 꿈을 가슴에 품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걸스카웃 대원이자
이 사회의 여성 리더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밑천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