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4월이 지나가고
싱그럽고 푸르른 5월이 온다.
5월은 가족의 달이다.
어린아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달이기도 하다.
부모는 아이를 생각하고
자녀는 부모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그런 달이다.
서울 구로구 천왕동엔
아동 보육시설인 에델마을이 있다.
한국전쟁 전인 1948년
에델 언더우드 여사가 설립했다.
사재로 마련한 용산구 청암동 건물에서
소녀 7명을 돌보던 씨앗이 자라
에델마을이란 아름다운 열매가 되었다.
에델 여사도 10살 때 부모를 잃고
입양 가정에서 학대를 경험하며 자랐다
1912년 조선으로 건너온 에델 여사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돌보다가
1949년 테러로 숨을 거뒀다.
최순옥 에델마을 사무국장이
태어난 지 100일이 채 안 된 영아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을 소개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영아들입니다.
자식을 낳자마자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이곳의 영아들은 절차를 밟아
대부분 국내로 입양을 가게 됩니다.
입양제도가 까다로워지면서
부모를 알 수 없는 영아들은
스스로 호주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후
친부모를 더 쉽게 찾아준다는 취지로
출생 신고를 의무화했는데
도리어 역효과를 내면서
버려지는 영아들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에델마을 선생님들은
24시간 영아들을 돌본다.
"에델마을은 보육시설입니다.
예전엔 부모가 없는 아이가 많았는데
최근엔 사정이 제각각입니다.
외환위기 때는 가정 해체로
그 이후론 가정 폭력과 학대로
보호를 받는 아동이 많아졌어요.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이나 미혼모 등의
사례도 여전히 많습니다."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51명의 여자아이들이 함께 생활해요.
한 방에서 여러 명의 아이가 함께
생활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한참 민감한 나이여서 조금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보다 더 아픈 건 그들의 아픔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때죠.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지만
부모와 가정에 대한 그리움은
아이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아픔이기에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죠."
고등학교 졸업 후엔 어떻게 자립할까.
"디딤씨앗통장을 만들어줍니다.
1+1을 생각하면 됩니다.
후원자가 만원을 후원하면
국가에서 만원을 더해 저축해 줍니다.
최대 4만원까지 국가에서 지원합니다.
통장을 보면 도장이 없습니다.
돈을 찾으려면 구청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자립하는 이유가 있어야만 찾을 수 있죠.
대학등록금을 낸다든가 집을 구한다든가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에델마을엔 뒷문이 있다.
건물을 새롭게 지을 때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었단다.
에델마을 한 학생의 글엔
왜 뒷문이 있어야 하는지 이유가 담겨있다.
"다른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이 두렵기도 하고
자기들과는 다른 아이로 대하는 친구들 때문에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왕따를 당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때론 동정어린 시선도 우리를 힘들게 한다.
아이들은 마음으로나 생활하는데 있어
상처투성이가 많다.
아직은 부끄러운 마음이 크지만
이렇게 글을 솔직하게 쓰는 이유는
많은 사람에게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마음을 알리고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부모님과
함께 사는 즐겁고 행복한 꿈을 꾸어 본다."
황미현 선생님은 2~3살 반을 맡고 있다.
아이들이 낮잠 자는 틈을 타
틈틈이 장난감을 소독한다.
보람도 많지만 힘든 점도 많지 않을까.
"보람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입양을 통해
좋은 부모 만나 사랑받는 모습을 보는 겁니다.
힘든 건 별로 없는데 마음이 아플 때는 많아요.
한참 엄마 품에서 사랑받으면서
자라나야 할 나이잖아요.
아이들이 많다 보니 한명 한명 품에 안아
재워주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입양이 결정되면 저도 이별 준비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아파 힘들거든요."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가장 먼저
손가락과 발가락이 5개인지 세어 보곤 한다.
그렇게 한창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소중하게 자라나야 할 시기에
차가운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스스로 호주가 되어야 하는 현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아'
싱그러운 봄 이젤 위에 그려질
가족의 달 5월을 기대하면서
모두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새로운 달을 시작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