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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이 다 좋았더라

  • 2018.04.13(금) 09:50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유행어처럼
꽃들의 축제가 펼쳐지는 4월은
모든 날이 하나같이 다 좋다.


꽃구경 가는 길 갖가지 간식들이
발걸음을 멈칫멈칫 하게 만든다.


금강산도 식후경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재미 또한
꽃구경 길에 즐거움을 더한다.

 


부천시 원미산엔 15만본의 진달래가
연한 홍자색, 연분홍 자태를 뽐내며
4월의 눈부신 장관을 이루고 있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내용처럼
떠나는 임을 애타게 붙잡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진달래동산의 진달래를 즐기면 된다.

 


봄바람과 함께 화사한 꽃잎들이
파란 하늘을 아른아른 떠다닌다.


봄이 찾아온 그 길에 봄꽃이 만개하고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인다.


유치원에서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과
옛 봄을 추억하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바로 봄꽃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장소현 김주영 씨가 봄꽃들 사이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소현이는 대학 동기예요.
제가 4학년 취준생이거든요.


취업 한파에 얼어 죽지 말라고
진달래 보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좋아요.

제 마음속에 봄이 찾아온 듯해요.


제 꿈이 어린이집 교사라서
뇌성마비 복지관에서 요리봉사를 하는데
거기서 만나는 아이들이 많이 생각나요.
봄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싶어요."

 


소현 씨는 휴학 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맛집과 카페를 소개하기도 하고
퍼스널 컬러 코디네이터로서 팁도 알려준다.


"아직 큰 수입은 되지 않지만
평소 하고 싶은 일이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퍼스널 컬러 코디네이터로서 팁을 좀 드리면
계절이 바뀌면 화장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봄에는 피부를 가볍게 해주는 게 좋아요.
화려한 봄과 어울리는 색조화장으로
생기있는 느낌의 화장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제 블로그로 놀러 오세요."

 


조유정 씨는 꽃보다 더 예쁘게
사진을 찍어달라면서 포즈를 취한다.


"저희는 걷기동호회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걷습니다.
꽃길을 걸으니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꽃은 가까이서 봐도 아름답지만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곁에 섰던 다른 회원이 한마디 거든다.
"결혼기념일이 4월인데 꽃다발에
5만원권 몇 장 꽂아주니 더 아름답더라."
회원들이 맞장구치며 한참 웃는다.

 


류선아 문슬기 소유정 씨는
어플 소모임 사진출사에서 만났다.
평일 쉬는 날 만나 예쁜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다고 한다.


"진달래는 소박하잖아요.
예쁜 꽃과 비교하면 그런 느낌이 드는데
진달래동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모두 와! 감탄만 했어요.


벚꽃도 예쁘지만 진달래에 더 반했어요.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자리 한쪽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한 도시락으로 즐겁게 식사를 하신다.


낙엽만 굴러도 웃음이 터지던
학창시절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정복임 어르신은 식사도 권하신다.
"우리 모임 이름은 민들레에요.
한 달에 한 번 모여 관광도 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20년 전 만난 친구들입니다.
다들 남편과 사별하고 서로 의지하며
인생의 노년을 꽃처럼 보내고 있습니다."

 


긴 추위를 견디며 인내의 시간을 보낸
봄꽃들이 회색빛 겨울을 아름답게 색칠한다.


가장 아름답게 싹을 틔운 봄꽃들은
이 봄에 우리에게 말한다.


"아픔과 고통의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더 아름답고 성숙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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