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 도심 뒷골목 안 인쇄소 벽면엔
어느덧 2017년 새 달력이 걸렸다.
올해 세밑은 유난히 썰렁하다.
겨울 한파 탓도 있지만
끝날 줄 모르는 오랜 불황에다
끝날 줄 모르는 오랜 불황에다
온 나라를 뒤흔든 각종 게이트로
연말 분위기도, 성탄 분위기도
거리에서 사라진 듯하다.
거리에서 사라진 듯하다.
그럴수록 종이로 만든 형형색색의
성탄카드와 연하장이 더 떠오르는 건
아마도 주머니 속 따끈한 핫팩처럼
마음의 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의 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전엔 연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누군가를 생각하며
종이 카드를 준비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정성껏 손 글씨로 써내려가다 보면
한 해 동안 쌓인 묵은 감정들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정리되곤 했다.
익숙한 글씨체만 보고도
누군지 알아챌 수 있던 종이 카드는
말 그대로 따뜻한 마음의 선물이었다.
예전 연말 풍경은
이제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인쇄소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충무로와 을지로 골목도 한산했다.
정신없이 인쇄기가 돌아가야 할 시기지만
이젠 디지털 카드에 그 자리를 내줬다.
윤경중 고은손카드방 대표는
35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충무로에서 유일한 카드 인쇄소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카드 인쇄소가 20~30곳 있었어요.
예전엔 11월부터 정신없이 기계가 돌아갔는데
이젠 유일하게 남아서 버티고 있습니다."
종이 카드를 찍는 인쇄소가 드물다 보니
연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옵니다.
그렇다고 매출이 많진 않아요.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10% 수준입니다.
그래도 보람을 느낍니다.
성탄카드나 연하장 모두
1년에 한 번만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정(情)이잖아요."
몸도 마음도 유난히 추운 이 겨울
서로서로 한 번씩 더 돌아보면서
마우스 클릭 대신 종이 카드에
못다한 마음을 적어 보는 건 어떨까?
하늘엔 영광, 어수선한 이 나라에도 평화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