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이 무르익는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을 마중하는 추석
구리 전통시장을 찾았다.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 곳곳엔
기분 좋은 긴장감이 묻어난다.
추석 대목을 바라는 상인들
그 특유의 넉넉한 인심은
찾는 이들의 기분을 좋게 한다.
노릇노릇한 빈대떡이
시각을 먼저 자극한다.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바삭바삭한 냄새는
코끝을 통해 침샘을 자극한다.
12년째 빈대떡을 부치고 있는 사장님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만큼 바쁘다.
"요즘엔 직접 전을 부치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평상시보다 손님이 배는 더 많네요.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넉넉합니다."
떡집 사장님도 신이 나셨다.
송편이 만드는 대로 팔린다.
"정말 365일 추석만 같으면 좋겠어요.
이렇게만 팔리면 금방 빌딩도 살텐데."
반면 한과 가게 사장님은
한숨이 절로 나오신다.
"추석 대목이요?
매출이 작년보다 30% 넘게 줄었어요.
좀처럼 지갑을 안 열어요.
그래도 깨강정처럼 고소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가게 뒤쪽 폐지 줍는 할머니가 보였다.
명절이 더 외로운 분들이다.
모든 가게가 다 잘되고
그만큼 폐지도 많이 나와서
조금이나마 넉넉한 추석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상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채소를 공급해주는 또 다른 할머니가 오셨다.
밭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가져다주신단다.
"추석은 우리랑 거리가 멀어.
마트에서 사서 먹지 누가 여기까지 오나.
추석이라고 해서 더 팔리지도 않아.
저 할머니 차비 아끼려고 여기까지 걸어왔어."
시장 입구에서 인심 좋은 두 분을 만났다.
막걸리 한 잔에 김치가 놓여있다.
"예전이 좋았어.
지금보다 훨씬 못 살아도
그때는 지금보다 마음이 훨씬 넉넉했어.
정(情)이 있었거든 사람 사는 정."
추석은 달이 유난히 밝은 명절로 꼽힌다.
올해 추석은 모두가 밝은 달처럼
더 넉넉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