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막 시작하는 수습기자 시절. '뉴스란 무엇인가, 어떤게 기사인가, 가치있는 정보란 뭔가'에 대해 교육받을 때 선배들로부터 들은 얘기다. 뉴욕 썬지의 편집장을 지낸 챨스 데이너가 했다는 얘기인데, 정상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행위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게 요지였다. 뉴스의 조건은 그 행위나 사건의 충격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최근에는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게 대서특필되는 큰 기사다. 지난달초 전북 고창에서 40대 부부가 산책을 하다가 맹견에 물려서 전치 5주 이상의 큰 상처를 입었다. 작년말에는 용인에서 70대 노인이 이웃 주민이 키우던 개에 물려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며칠전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줄을 안한 개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다고 지적한 주민이 개주인에게 도리어 폭행을 당한 사고도 있었다.
장면2 "내평생 올해만큼 민어탕을 많이 팔아본 적이 없어요. 작년에 두배는 넘는 거 같아요."
마포에서 2대째 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 얘기다. 해장국이 주 메뉴이긴 하지만 오랜 단골에게는 특별히 먹고싶은 음식을 예약 주문받아 제공하기도 한다. 그 사장님 얘기는 올해 여름, 특히 삼복 더위때 민어탕을 해달라는 주문이 부쩍 많아졌다는 거다. 요 몇년사이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긴 한데 올해는 작년의 두배 이상 급증했다고.
50년가까이 음식을 만들어 팔아온 해장국집 주인으로서, 한국 사람의 여름철 보양식 트랜드가 확실히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먹거리가 풍성해지고 취향도 다양해지는 영향도 있지만 아무래도 개식용반대운동이 사람들의 인식을 많이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개 유통시장인 모란 가축시장의 모습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장면3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그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퓰리처상을 받은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에 나오는 얘기로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문장을 패러디해 만든 법칙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동물들이 있었지만 인간의 세계에 들어와 길들여지고 공존하게 된 것들은 십여 종류에 불과하고, 이들은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다 충족했기 때문에 가축화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개는 이리에서 가축화에 성공했는데 그 시기가 기원전 1만년전까지 올라간다. 대형 포유류 가운데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중 가장 연대가 오래됐다. 사람과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살아온 파트너다. 그래서 친숙하다. 목줄을 하지않고 반려견을 데리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흔히 "우리집 개는 안물어요"라고 얘기하는게 일면 이해가 간다. 가축화를 넘어 가족화로 가고 있다는 반증.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되는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 아닐까?
개도 가족이 되어가고 있지만 야성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주인을 보면 꼬리치며 반가워 하지만 낯선 이에 대해서는 짖어대고 심지어 물기도 한다. 개와 인간의 관계가 아무리 친숙해져도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니 짖거나 묻는 것에 대해 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려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그것이 결국 함께 살고 있는 개에 대한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