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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하고 있나요

  • 2017.10.30(월) 14:52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한여름 뜨거운 햇살은 사그라지고
바람은 조금 더 차가워지고 있다.


10월의 마지막이 더 쓸쓸한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이맘때면 생각나는 '잊혀진 계절'은
올가을에도 꽤 많이 불릴 듯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서울 남산타워는
해지는 서울의 풍경을 보려고 모인
다양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석양
가을음악회의 흥겨운 리듬까지 더해져
가을의 쓸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여행 온 카예 씨는
단풍 진 나뭇잎이 신기했는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우린 더운 나라여서 4계절이 없어요.
한국의 가을은 처음인데
낯설지만 멋진 경험입니다.

 


바람이 약간 쌀쌀하긴 하지만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네요.
알록달록한 한국의 가을을 사랑해요."

 


깊어진 가을 서울의 야경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뉴욕대에서 공부하는 세 친구는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좋은 날씨와 빨간색이 인상적입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카를로스 씨는
최고의 가을 경험이라고 추켜세웠다.

 


"사진으로만 보던 빨간 나뭇잎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선 가을 나뭇잎도
노란색이 전부입니다.

빨간 가을이 정말 새로워요.


제 여자친구 이름이 행복입니다.
이 가을 여자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너를 만나 행복한 미래만 남았다고."

 


이예은 씨와 친구들은 새내기 대학생이다.
남산타워가 처음이라 더 신난다고 한다.


"중간고사가 끝나 어디를 갈까 하다가
가을밤을 즐기고 싶어 왔는데 너무 좋아요."


오소윤 씨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단다.


"재수를 하는 친구가 있어요.
지금이 수시기간이라 많이 불안할 텐데
힘내라고 마음의 편지를 쓰고 싶어요."

 


방은지 씨도 가을편지를 쓰고 싶단다.


"12년 지기 친구가 있어요.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는데


친구가 지방으로 대학을 가면서
처음으로 각각의 가을을 보내고 있어요.


보고 싶은 친구야 우리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목표 꼭 이루자."


이경미 씨도 자격증 공부를 하느라
오늘 함께 오지 못한 친구에게
다음엔 꼭 함께 오자는 마음의 편지를 쓴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앞둔 
서울의 야경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저 빌딩 숲 안은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점점 더 차가워지는 바람보다는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는데도


마음을 담은 편지 한 장 띄울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까.

 


이 가을이 떠나기 전
예쁜 낙엽 한 장 담아 가을편지를 띄워보자.


그러면 모두의 가을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 시절 10월의 마지막 밤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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