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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국회 경제테마]⑧ 포털 규제…'네이버법' 운명은

  • 2013.09.12(목) 13:35

"공룡 견제" "인터넷 언론 장악" 찬반 팽팽
인터넷 생태계 지각변동 오나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기 시작한 가운데, 추석 이후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번 국회에는 인터넷 업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만한 중대 법안들이 제출돼 관련 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현 정부의 화두인 '창조경제'의 핵심법안인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진흥특별법)이 처리됐다. 이 법이 총론적인 성격이라면 이번 국회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네이버 등 포털 규제 관련법을 비롯해 '콘텐츠 관련 법안'들이 논의된다.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큰 변화, 개편을 예고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은 일부 법안을 산업 측면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논쟁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찬반양론을 벌이고 있다.

 

◇ ICT 생태계 지각변동 오나


이번 정기국회에는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이 다수 상정돼 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영리목적의 광고와 단순 검색 결과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광고성 정보를 단순 검색 결과와 구별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한 광고성 정보의 구별 표시 등의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구글이 광고비를 낸 사이트에 '광고' 표시를 하듯 우리나라 포털업체들도 일반 검색과 광고를 구분하라는 말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도록했다.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김용태(사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일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곳 이하 포털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경우 네이버와 다음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돼 공정거래법에 따른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인터넷 포털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내용이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정보검색결과 조작을 방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일 발의했다. 인터넷 정보검색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포털, 오픈마켓 등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인기검색어 결과가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했다.

 

박대출(사진) 새누리당 의원도 포털의 뉴스편집 규제를 담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 포털이나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는 독자적으로 생산하지 않은 기사의 제목·내용을 수정하려는 경우 해당 기사를 공급한 신문사·방송사 동의를 얻어야 하며, 수정한 사항을 해당 포털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형 포털이 뉴스 저작물을 자기 입맛대로 편집하는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박의원은 설명했다.

 

 

 

◇ 새누리당+보수언론 "인터넷 공룡 규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앞다퉈 네이버 규제법을 내놓는 와중에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지난달 9일 온라인 포털시장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새누리당은 네이버가 인터넷 골목상권은 물론이고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상권을 독식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입장. 조선, 중앙 등 보수언론이 '미디어 권력투쟁'에서 네이버를 향해 맹공을 펼치는 논리와 같다.

 

 

새누리당이 보수 언론을 의식해 이들과 손잡고 네이버 때리기에 나섰다는 점은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개최한 '포털 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간담회'(사진)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놓고 네이버 규제에 대해 '신문과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최 원내대표는 "포털이 언론사로 기능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면서 "신문과의 문제도 있고, 인터넷 매체 속성상 보도의 공정성과 편집권, 선정성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언론사는 매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한 매체가 독점할 수 없으나 포털은 완벽하고 매우 고약한 독점"이라며 "포털이 갑, 언론사가 을로서 수요자는 포털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포털의 시장지배적 지위 등을 규제하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으로 처리할 법안 중 하나로 올린 상태다.


◇ "정부의 인터넷 언론 장악 시도"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움직임을  '제2의 언론 장악 음모'라고 규정하고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불공정행위 규제와 중소업체 보호를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그 이면엔 인터넷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박지원ㆍ노웅래ㆍ최민희 의원이 주최한 '포털 규제 논의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사진)에서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포털 규제법에 또 다른 언론 장악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민희(사진) 의원은 "최근 포털사업자들에 대한 정부여당의 규제 움직임은 '을'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보수언론과 여당이 경제 논리를 앞세워 포털 장악이라는 정치 논리를 작동시키려는 것을 단호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웅래(사진) 의원은 "인터넷 시장 속성상 우리 포털만 그런 게 아니고 구글도 유럽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고 미국에서도 65%가 넘는다"며 "불공정 행위 등의 문제를 고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포털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새누리당이 TF를 만들어 규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히 전 세계적으로 대형 포털에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묶어 규제하는 국가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정부 관계자도 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장은 민주당 토론회에서 "해외에선 반독점법으로 인터넷 포털을 처벌한 사례가 없고, 별도의 포털 규제법도 없어 국내 인터넷 사업자만 규제하는 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털규제법에 대한 근본적 접근 방식과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른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등 국회 상임위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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