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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휴게소 음식 논란...수수료만 내리면 끝?

  • 2019.10.25(금) 09:59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작년보다 수수료 2%P 인하”
임대매장을 ‘수수료 없는’ 직영매장으로 전환한 효과 커
수수료절감→서비스품질 개선으로 연결돼야 소비자 혜택
운영권 장기 보장받는 휴게소는 사각지대…개선노력 없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5000원짜리 라면 한 그릇을 팔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수수료 50% 내고 2500원 남습니다. 2500원에서 재료비와 부가세까지 빼고 나면 뭐가 남겠습니까. 수수료가 과하지 않습니까.(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

수수료 인하는 제가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작년보다 2%포인트 정도 다운된 거 같습니다.(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휴게소 영업권을 가진 회사들 무슨 일하고 수수료를 받아가는지 연구해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요.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의 한 장면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 값에 포함된 수수료(음식을 판매하는 업체가 휴게소 운영권을 가진 업체에 내는 관리비·임대료 성격의 돈)가 너무 많고, 이 때문에 휴게소 음식 값이 비싸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을 총괄하는 한국도로공사의 이강래 사장은 올해 국감에서 본인도 수수료 문제를 신경 쓰고 있고, 작년보다 평균 수수료율이 2%포인트 정도 낮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크로스체크에서는 이강래 사장의 답변을 포함해 휴게소 수수료를 둘러싼 다양한 내용을 체크해보겠습니다.

휴게소의 운영구조는?

일반적인 휴게소의 운영구조는 한국도로공사가 입찰을 통해 민간 기업에 운영권을 일정기간 맡기는 구조입니다. 민간 기업은 그 대가로 도로공사에 임대료를 냅니다. (현재 임대료는 매출액의 평균 14.7% 수준)


또 운영권을 확보한 업체는 휴게소내 각종 식당이나 매점 가운데 일부는 직접 운영(직영)하고 일부는 다시 점포를 운영할 사람을 모집(임대)합니다. 따라서 휴게소에서 라면·김밥을 파는 식당은 운영업체의 직영매장과 임대매장 두 종류가 있는 것이죠. 휴게소 수수료 문제를 지적할 때 거론하는 대상은 임대매장을 의미합니다. 직영매장은 수수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휴게소에서 라면을 파는 식당(임대매장)이 휴게소 운영업체에게 내는 수수료율이 50%이고, 라면 한 그릇 가격은 4000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해당 식당은 라면 한 그릇 팔 때마다 2000원을 운영업체에 수수료로 내고 남는 돈 2000원으로 인건비와 재료비, 각종 세금을 감당해야합니다. 이러면 결국 임대매장도 먹고살기 위해서 라면 값을 올리거나 라면에 넣는 부재료나 밑반찬을 줄여서 단가를 맞춰야합니다.

팩트체크: 휴게소 수수료 무엇때문에 내려갔나

이강래 사장의 ‘휴게소 수수료율이 작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는 발언과 관련, 한국도로공사에 근거를 물어봤습니다.

도로공사는 휴게소 식음료매장 기준 수수료율이 2017년 말 평균 46%에서 2018년 말 44%, 올해는 7월 기준 42%라고 답했습니다. 해마다 2%포인트 정도 낮아지고 있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수수료율이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다른 지표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직영매장과 임대매장의 비율인데요, 2017년 말에는 전체 휴게소 점포 중 45%가 직영(나머지 55%는 임대)이었으나, 2018년 말 직영 비율이 59%로 올라갔고, 올해 7월 63%로 더 높아졌습니다.

직영매장 비율이 높아졌다는 건 휴게소 운영업체들이 입점업체와의 임대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직영매장은 수수료가 제로(0%)인 곳이어서 직영매장이 늘어날수록 전체 매장의 평균 수수료율도 낮아집니다.

결국 이강래 사장의 답변처럼 휴게소의 식음료 매장 평균 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그 이유는 휴게소 운영업체들이 적지 않은 임대매장을 직영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주된 배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 직영매장 전환 문제는 없나

임대매장을 직영매장으로 바꾸면 평균 수수료율을 낮추는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몇 가지 더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임대매장을 직영매장으로 전환하면 기존 임대매장 종사자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실제 발생하는지 따져보기 위해선 기존 임대매장에서 일한 직원들이 직영 전환 이후에도 고용승계가 제대로 됐느냐를 살펴봐야하는데요.

이은권 국회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2017년~2019년)간 휴게소 임대매장이 직영매장으로 바뀐 곳은 515개 점포이며 이들 점포에는 1375명이 근무했고, 이중 1289명이 직영전환이후에도 계속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승계비율은 93.7%. 다시 말해서 기존 입점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10명 중 9명 이상이 직영 점포에서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승계는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체크포인트는 임대매장을 직영매장으로 전환한 이후 수수료가 절감된 것만큼 서비스 품질도 함께 좋아졌느냐는 것입니다.

휴게소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수수료율 인하 자체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임대매장이 직영으로 바뀌어서 ‘수수료 없는 매장’이 됐다면 음식 값에서 최대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수수료 부담이 사라진 셈입니다. 따라서 음식 값이 낮아지거나, 재료가 더 풍성하게 들어가거나, 일하는 직원들의 급여가 올라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수료 절감효과가 휴게소 운영업체의 이익으로만 돌아가게 되니까요. 아쉽게도 이 부분을 정확하게 팩트체크할 수 있는 데이터는 현재까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수료율이 몇 퍼센트 낮아졌다는 수치에만 매몰돼 기존 임대매장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직영으로 전환, 숫자 맞추기에만 골몰한다면 서비스품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결국 휴게소 운영관리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한국도로공사가 고민해야할 부분입니다. 도로공사는 해마다 휴게소 운영업체를 대상으로 운영서비스 평가를 합니다. (총 200점 만점에 100점은 계량평가, 100점은 현장실사 평가)

계량평가 100점 가운데 20점은 '매장운영의 적정성'인데요. 이 항목이 해당 운영업체가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는 항목입니다. 임대매장을 직영매장으로 몇 개만 전환해도 해당 휴게소의 수수료율이 낮아져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평가항목을 통해 직영매장으로의 전환이 운영업체의 이익으로만 귀결됐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서비스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따져보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TMI: 진짜 비싼 휴게소는 따로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운영형태별로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서 수수료 문제를 거론하면 소위 '번지수를 잘못 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①대부분의 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가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업체를 선정, 5년 단위로 운영권을 임대하는 형태입니다.

②한국도로공사가 입찰을 통해 휴게소 건물을 지어서 운영할 업체를 모집하고, 그 업체에 ①번에 해당하는 휴게소보다 더 오랜 기간(약 15~25년) 운영권을 보장해주는 형태가 있습니다. 행담도(서해안선) 덕평(영동선) 마장(중부선) 등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대형 휴게소가 해당합니다.

③마지막으로 민자고속도로 노선에 있는 휴게소입니다. 민자고속도로는 국가 소유의 땅에 민간사업자가 도로를 만든 것인데, 한국도로공사가 아닌 정부(국토교통부) 관할입니다. 정부는 민간사업자에서 30년 정도 운영권을 보장해줍니다. 민자고속도로의 부속시설인 휴게소 운영권도 해당기간 민간사업자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휴게소는 가평(서울춘천선) 송산포도(제2서해안선) 영종대교(인천공항선)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정감사때 국회의원들이 지적하거나 언론에서 휴게소 수수료 문제를 다룰 때 이러한 휴게소의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얘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평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휴게소의 수수료·가격·품질에 개입할 수 있는 곳은 ①에 해당하는 휴게소입니다. 이 유형의 휴게소들은 운영평가를 나쁘게 받으면 강제로 계약을 해지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②번에 해당하는 휴게소는 운영권을 장기간 보장받아서 운영평가를 몇 번 나쁘게 받더라도 휴게소 장사를 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습니다.

지난 국정감사때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천휴게소의 수수료율이 유독 비싸다고 꼭 집어서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서천휴게소 품목별 수수료율- 라면 57% 호두과자 58.5% 오징어 58.5%)

바로 서천휴게소가 ②번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경찰공제회가 민자사업자로 선정돼 2004년 개장한 이 휴게소는 올해 말까지 15년간 운영권이 보장된 곳입니다. 최근 3년 간 국회에 제출된 휴게소 품목별 수수료율 자료를 보면 서천휴게소는 계속된 지적에도 수수료를 낮추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③번에 해당하는 민자고속도로의 휴게소는 더욱 사각지대입니다. 민자고속도로는 도로운영 전반이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로공사 관할 고속도로보다 통행료도 비싸고, 휴게소 음식 값도 비싼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운영업체의 사업권이 30년간 보장되는 곳이어서 해당 기간 내에는 자율적으로 운영합니다.

최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휴게소를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도로공사법 개정안(주요내용: 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업체의 입점업체에 대한 적정 수수료 책정 여부 및 휴게소 안전·위생·가격 등 실태를 점검하고 결과를 공개토록 하는 것)을 발의했는데요.

설령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민자고속도로 휴게소는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도로공사가 민자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 실태를 관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죠.

 

*이 기사는 2019년 국정감사 영상회의록, 2017년~2019년 국정감사 한국도로공사 제출자료 및 한국도로공사와 국회, 국토교통부를 직접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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