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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말…40도 이상 폭염 최대 70일 지속될 것"

  • 2019.11.15(금) 15:29

15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사회적 대응방안' 토론회
"최악의 시나리오…한반도 여름과 봄·가을만 남을 것"
"그늘막 설치 등 단기 대책보다 장기적 대안 마련해야"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21세기 말에는 40도 이상 폭염이 최대 70일까지 지속되는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먼 미래의 일로 바라보지 말고 당장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홍일표 한정애)과 기상청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기후위기와 사회적 대응방안을 논하다'토론회에서는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 한반도가 처한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했다.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와 사회적 대응방안을 논하다'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영은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우리에게 기후위기의 핵심은 과연 한반도가 얼마나 더 더워질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기후변화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이 지금처럼 생활한다면 21세기 말에는 60~70일이 40도 이상 폭염이 지속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은 교수는 "2007년 당시 환경부가 기후변화 관련 국민의식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1000명 중 92.6%가 기후변화 정도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며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기후행동이행은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산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기온은 21세기 말 1.9~5.2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5~1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존에 산출한 예측치(기온상승 1.3~4도, 강수량 2~5%)보다 더 올라간 수치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기후변화위기는 무엇보다 북반구, 특히 북극에 큰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북극은 13.1도까지 기온이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정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지구에서 인간이 살고 있는 면적은 1%에 불과한데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77%를 인간이 살고 있는 면적에서 나온다"며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전체 지구에서 나오는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인위적인 기후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위기가 심각해지면 한반도의 계절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주축이지만 21세기 말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은 아예 사라지고 여름이 177일로 크게 늘며 봄·가을이 합쳐진 기온이 188일 지속되는 두 계절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지금처럼 기후변화대응을 전혀 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경우다.

최영은 건국대 교수는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고 봄 출현시기가 빨라지는 계절이 올 것"이라며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뺀 한반도의 50%에 달하는 지역은 제주도처럼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올해 들어 태풍이 7개나 왔는데 이것이 기후변화때문이라고 인지하는 사람은 적다"며 "그만큼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태풍이 올 수 있는 조건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15일 '기후위기와 사회적 대응방안을 논하다'토론회를 주관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정애 의원은 인사말에서 "과거에 맘모스가 멸종한 이유를 우리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멸종에 가까운 기후변화를 스스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논의를 해야할 때가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을)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위기의식을 강화하고 보다 체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제안했다.

채여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특히 쪽방촌, 야외노동을 하는 취약계층에게 반복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무더위쉼터, 그늘막 설치하는 수준으로 한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여라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단기적인 대안뿐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 주거환경 여건 개선 등 큰 그림을 보면서 구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와 기상청 출입을 담당하는 윤지로 세계일보 기자는 "기후변화현상을 위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작업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2100년에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과학적 근거로 만들어졌겠지만 보편적인 사람들에겐 먼 미래의 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역시 "2100년이면 저나 여기에 앉아 계신 청중들이나 지구상에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2100년 기후시나리오를 가져와 기후위기라고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서윤덕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학생은 "지난번 기상청 주관 토론배틀을 준비하며 많은 기후변화관련 자료를 읽었지만 내용이 많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후변화 및 위기와 관련한 자료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발간한다면 청년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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