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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꽂히다]도시녀, 장동건을 탐하다

  • 2013.07.14(일) 19:05

10만가구 돌파..건축비 싸진 보급형 한옥 등장

한 건축평론가는 "한옥은 장동건 같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선망하지만 데리고 살기에는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옥은 보기에는 아늑하고 잠깐 손님처럼 지내기는 좋지만 시공비가 비싸고 생활이 불편해 제 집으로 살기에는 2% 부족했다.

 

도시 사람들에게 한옥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낭만이었다. 어린 시절 외갓집 같은 추억의 공간이고 전주 한옥마을 같은 휴식의 공간일 뿐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한옥은 점점 더 접하기 어려워진 건축형태가 됐다.

 

서울 안에 있는 한옥은 북촌처럼 잘 단장된 곳을 빼고는 재개발 등 정비가 시급한 노후주거지역에 밀집해 있는 철거 대상으로 여겨졌다.  

 


[북촌 한옥마을의 한 주택 주차장 / 이명근 기자 qwe123@]]
 

그런데 이상하다. 최근 한옥은 점점 늘고 있다. 전국의 한옥은 2008년 말 5만5000여가구에서 2011년 말 8만9000여가구로 늘어난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집계했다. 지난해에도 약 1만가구가 새로 지어져 이젠 10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들어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나 찻집, 공공시설 등의 용도로 한옥이 늘어난 것이 한몫 한 것이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층에서 한옥을 주거공간으로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 아늑하고 층간소음 걱정없어 한옥 리모델링 붐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 박 모 과장(36)은 올해 초 3년째 살고 있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아파트를 떠나 인근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한옥으로 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지금은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박 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층간 소음 때문에 집에서 뛰지 말라고 소리치는 횟수가 많아진 것이 현실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옥을 전문으로 다루는 건축설계사 사무실에도 최근 들어 신축이나 개축을 하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북촌 한옥마을 골목 / 이명근 기자 qwe123@]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혜화동 및 종로구 명륜동 일대의 대지 85㎡, 건물 43㎡ 크기 한옥은 3억5000만원선이다. 대지 기준 3.3㎡ 당 1400만~1600만원선으로 개축 및 주차가능 여부, 도로에서의 거리에 따라 시세가 크게 갈린다.

 

관리가 잘된 대형 고급한옥은 3.3㎡ 당 가격이 2000만~2500만원까지 뛴다. 이런 고가 한옥은 서울 북촌(종로구 가회동·삼청동 일대)에 특히 많다. 북촌 한옥의 매매 호가는 95㎡ 안팎이 10억원선이다. 상가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북촌 2구역은 3.3㎡당 4000만원에 육박한다.

 

◇ 비싸고 불편했던 한옥..新건축기술로 대중화

 

아직까지 한옥은 생활의 불편, 유지관리의 어려움, 과다한 건축비용 등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9월부터 서울시와 SH공사가 분양하고 있는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용지는 전체 95필지 중 입지가 좋은 10% 가량만 팔려나갔다. 용지 분양가는 3.3㎡당 700만~730만원선으로 건축비까지 고려하면 한 채당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주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축비를 줄일 수 있는 설계나 시공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벽체나 지붕, 창호 등 주요 구조체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이 대표적이다.

 

국토부가 지원하는 한옥기술개발사업단은 3.3㎡당 건축비가 1200만원대였던 것을 700만원 선까지 낮추면서 단열 등 주택 성능을 높이는 신 기술을 선보였다.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안에 있는 한옥 호텔 라궁(위), 여수 한옥 호텔 오동재(아래) 전경. (사진: 각 홈페이지)]

 
숙박업계는 특히 한옥 도입에 적극적이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한옥 호텔 '라궁(羅宮)'은 한옥 16채를 회랑을 따라 늘어선 형태로 지었다. 이 호텔은 '2010한국관광의 별' 숙박사업장 부문 최고 상을 받았다.

 

전남개발공사가 여수엑스포를 준비하며 지은 '오동재'도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한옥 호텔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 파주에 100채 규모의 한옥마을을 조성 중이고 동탄2신도시에도 한옥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신기술 개발과 대중화를 통해 한옥을 확대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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