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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도순' 한옥에 살어리랏다

  • 2013.07.18(목) 13:35

서울에는 빈 집이 거의 없다. 세대수보다 주택이 적어서다. 서울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잠은 인근 도시에서 자는 장거리 출퇴근족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옥만 따져보면 서울 한복판에도 의외로 공가(空家)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서촌 한옥마을(옥인동, 통인동 일대)을 둘러보면 어림잡아 10채에 1채꼴로 빈집이다. 

 

과거에는 꽤 번듯했을, 입지나 규모로 봐서 현재 시세를 따지면 십 수 억원을 훌쩍 넘을 집도 문에 걸쇠를 잠그고, 그 위에 대못까지 박아 을씨년스럽게 버려져 있다. 기왓장과 유리창은 깨지고 창틀엔 녹이 슬어 있어 날이 어두울 땐 근처를 지나기도 오싹한 폐가도 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한 대형 한옥]

 

서촌 등 종로일대 한옥밀집지역에 빈 집이 많은 이유는 한옥 보존정책과 관계가 있다. 2002년 북촌을 시작으로 서울 종로구 일대가 한옥밀집구역으로 지정돼 낡은 한옥을 헐 경우 다시 한옥만 짓도록 규제하고 있다.

 

북촌의 경우 한옥 밀집도가 44% 가량으로 높고 관광객이 많아 카페나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 상업시설로 활용되면서 그나마 사람의 온기가 돈다. 하지만 북촌 이외 지역은 상업시설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잘 팔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직 한옥밀집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종로구 명륜동, 혜화동 같은 곳은 개발업자들이 서둘러 한옥을 사들여 철거하고 다세대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지으려하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개량 한옥]


 

지원도 있기는 하다. 밀집지역으로 지정되면 수리비 명목으로 서울시에서 가구당 최대 6000만원의 보조금과 4000만원의 융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원금은 받기도 까다로울 뿐더러 이를 가지고 한옥을 신·개축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지원금은 우선 서울시 한옥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과해도 융자금을 저리로 지원 받으려면 해당 한옥을 담보로 주고 빌린 돈이 없어야한다.

 

게다가 신·개축 비용은 아무리 싸게 잡아도 3.3㎡당 700만원선. 국민주택 기준인 85㎡의 한옥이라면 2억원 가까운 돈이 든다. 밀집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명륜동에 위치한 한쪽 담장과 벽이 허물어진 개량 한옥]

 

한옥을 살리려면 주택 실수요자들인 30~40대층이 관심을 갖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한옥의 장점은 공해가 적고 아이들이 뛰놀기도 좋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중심가와 가까운 곳에 밀집해 있어 직장에 다니는 부모의 출퇴근도 편하다. 이들 계층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워낙 고가여서 상업시설 밖에 들어오지 못하는 120㎡ 이상의 중대형 한옥은 필지를 나눠 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도 있다. 좁은 골목에 있는 한옥은 1가구 당 1대 꼴로 적용되는 주차장 규제를 완화하고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의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서민들에게,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옥의 안마당을 열어줄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때다.

 


[서울 북촌 한 한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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