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공약사업인 행복주택이 건설사들에게마저 외면 당하고 있다. 작년 시범사업지 선정 당시부터 서울 목동, 잠실 등 대상지역 주민과 지자체로부터도 반발을 샀던 터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까지 14만가구(승인 기준, 당초 20만가구에서 축소)의 행복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공부문 수주 물량을 길어올릴 수 있는 우물이나 마찬가지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건설사들은 가뜩이나 공공 수주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행복주택 수주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왜일까?
① 공사비 맞출수 있을까
▲ 가좌지구 행복주택 조감도(자료: 국토교통부)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월 진행한 '서울가좌 행복주택 건설공사 1공구'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진흥기업 컨소시엄(진흥기업 45%, 한라 25%, 삼환기업 20%, 효성 10%)만 참여했다. 이미 한 달 전 입찰에서도 단독 응찰해 한 차례 유찰된 뒤였다.
결국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흥기업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결정됐다. 이 컨소시엄은 설계금액의 94%인 500억8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가좌지구는 가좌역에 인공데크를 설치하고 철길변에 3개 동 362가구의 행복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막판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은 넉넉지 않은 공사비를 포기 이유로 들었다. 열차가 운행하는 철길 위에서 안전을 확보하면서 공사를 진행하기에는 공기가 너무 짧고 공사비가 낮아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진흥기업 역시 "당장의 이익보다는 추후 물량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수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② 첫시공 리스크 '불확실성'
▲ 행복주택 모델이 된 양천아파트 전경 |
철길에 주택을 짓는 행복주택 사업은 건설사들에게 생소한 분야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큰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철길 위에 바로 건물을 짓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현장이 철길에 접해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내달말 입찰공고가 나오는 오류지구 행복주택의 경우 10만9000여㎡ 부지에 전용면적 16~51㎡형 890가구를 짓는 1260억원 규모의 공사로 가좌지구보다 사업규모가 크다. 그만큼 대형 건설사들에게도 매력이 있다. 현재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공상의 어려움이 걸림돌. 이 관계자는 "데크(인공대지) 설치 기간에 열차 운행 노선을 변경하지 않으면 파일 굴착이 가능한 시간이 하루 1~2시간뿐이어서 공기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좌지구 시공 컨소시엄 주관사인 진흥기업의 경우 회생절차 중인 풍림산업과 함께 철길 위 아파트인 '양천아파트'(1995년 준공)를 시공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들은 시공 경험이 없는 공사방식이다. 또 여론에 민감한 정책사업인 만큼 주민 반발이나 민원이 생길 경우 공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수주 추진을 가로막는 부분이다.
③ 입찰 방식 한계
▲ 오류지구 행복주택 조감도 |
LH는 오류지구 행복주택도 건설사가 설계와 디자인, 시공방법 등을 직접 제안하는 '기술제안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게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임대주택은 최저가입찰 방식으로 발주됐지만 철길, 유수지 등에서 사업이 이뤄지는 행복주택은 공사 난이도가 높고 시공사에 설계 책임을 맡기면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제안입찰 방식이 채택됐다.
그러나 기술제안형 사업은 추후 설계변경이 어려운 데다 변경 시 추가비용 부담도 건설사가 더 많이 지게 돼 건설사로서는 리스크가 더 크다. 반면 최저가 방식은 당장 입찰가는 낮더라도 추후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용을 벌충할 수 있다.
LH는 오류지구에 대해서는 기술제안입찰을 진행하되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쟁입찰을 유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최저가 방식의 입찰도 고민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을 유도하려면 행복주택 상업시설 및 임대주택 운영에 대한 지분 투자를 허용하는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