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는 곳'이자 자산이다. 주택시장에는 살 집을 구하기 위해 경제능력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는 이들과 집을 통해 손쉽게 부를 늘리는 이들이 공존한다. 이런 주택시장에 순조로운 경제활동이 이뤄지려면 앞을 내다볼 투명성·신뢰성 있는 주택통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까지 주택통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최근 주택통계 개편방안을 내놨다. 정부의 개편안과 안팎에서 제기되는 개선 방향을 함께 짚어본다.[편집자]
"정확한 통계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MRI(자기공명영상)를 찍듯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지난해 말 취임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당국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취임사에서부터 '통계'를 언급했다. 그는 "잘못된 재료로는 결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듯이, 주요 정책에 사용되는 기초 통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보완해 갈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국토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기획재정부에서 새로 온 장관이 주택당국의 통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는 것은 조직의 자존심 문제다. 장관은 올 상반기 내에 통계 개선을 주문했다. 최근 국토부가 민관 전문가를 불러모아 대대적 규모의 ‘주택통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을 연 배경이다.
▲ 그래픽 = 유상연 prtsy201@ |
◇ “주먹구구 미분양 통계 잡는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자체 진단을 통해 시급히 손봐야할 주택통계 개편방안을 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아파트 분양 계약을 실거래 신고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김경환 국토부 1차관은 "내년 1월부터 아파트 분양 계약도 실거래 신고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며 “이 수치를 역산하면 미분양 주택도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분양 계약 파악이 되지 않고, 건설사가 직접 신고하는 형태여서 미분양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미분양 통계 생산시스템도 새로 구축한다. 주택공급통계시스템(HIS)과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등과 연계를 통해 올해까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뒤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오는 7월부터 임대료, 수도비, 난방비 등을 포함해 주거비용을 산정하는 '주거비 부담지수'도 공표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소득 대비 주거비 통계를 활용하지만 국내에선 주거실태조사의 RIR(소득대비 임대료)이 유일했다. 국토부는 시범적으로 반기(6개월)에 한 번씩 주거비 부담지수를 생산해 전국·소득 단위별로 살펴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과의 정확한 주거비 비교가 가능하게 된다.
▲ (자료:국토교통부) |
◇ '주거실태조사 전면개편'
현재 2년마다 조사중인 주거실태조사도 전면개편한다. 주거실태조사는 지난 2006년부터 실시해 주택상태, 주거상태, 가구특성 등을 위주로 조사했다. 새로운 거주 유형이 발생하고 주거 복지 중요성이 늘어남에 따라 현행 조사방법과 항목을 고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가구 특성별 주거상황 변화 파악을 위해 조사 항목을 재설계할 예정이다. 가구별 심층 분석을 위해 지역별 표본과 저소득가구, 노인가구 등 소득 계층별 조사 표본 수도 확대한다.
또 오는 7월부터 주택시장을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예측하기 위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주택시장 분석 및 예측모형'도 개발한다. 국토부와 관련기관이 보유한 주택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입체적인 통계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통계누리', 'K-아파트' 등 통계포털의 기능을 수요자 중심으로 정비하고 주택통계 관련 자료 공개도 확대한다. 그동안 통계포털 이용법이 너무 어려워 '포털'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 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마지막으로 마이홈 포털에서 ‘입주가능 주택가격 지도’를 통해 실수요자 맞춤형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마이홈 포털에서는 임대종류, 주택유형, 전용면적, 월 임대료만 검색할 수 있었다. 국토부는 임차인 소득, 주거수준, 대출 정보 등에 맞는 임대주택을 지도 형식으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