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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따라 오르던 용산 재건축 '급브레이크'

  • 2016.08.09(화) 14:26

이촌동 일대 재건축, 상반기 활발했던 거래 '뚝'
한강맨션·왕궁맨션 등 사업진척에도 호가 정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열풍과 함께 후끈한 기운을 뿜던 용산 이촌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분양시장 과열에 손을 대면서 이 지역 재건축 단지도 가격 상승이 멈추고 거래도 뚝 끊겼다.

 

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재건축 추진 노후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 7월 이후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6월까지만 해도 월별로 20건안팎 매매계약이 이뤄졌지만 현재까지 집계된 7월 거래 건수는 2~3건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량이 10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이촌동에서 1986년 이전 준공해 재건축 연한을 채운 아파트 거래는 미주아파트 전용 210.25㎡ 9억원(1층), 왕궁맨션 전용 102.48㎡ 9억8000만원(1층)뿐이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6월에는 18건, 5월에는 25건의 재건축 거래가 이뤄졌다.

 

이촌동 소재 A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에 비해 재건축 추진이 더딘 편임에도 불구하고 올 봄부터 노후 아파트 매수문의와 거래가 늘고 가격도 많게는 1억원 이상 오른 곳도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강남 고분양가 등에 제재를 가하면서 매수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지역 '한강맨션'의 경우 재건축을 반대하는 상가주들과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임에도 올 상반기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전용면적 87㎡는 지난 6월 12억7000만원(5층)‧12억9500만원(4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1억2000만~1억4500만원 오른 값이다.

 

하지만 최근 관망세로 돌아선 뒤엔 매수자들이 문의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아파트 주민들과 상가주들 간 갈등도 '분리 재건축'으로 정리가 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지만 분양시장 제재와 여름 무더위 속 비수기가 겹친 탓에 관망세는 꿈쩍도 않고 있다.

 

단지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예전 렉스아파트(현 래미안 첼리투스)가 상가와 분리 재건축했던 방식으로 사업이 잰걸음을 시작했지만, 상반기중 가격이 꽤 오른데다 고분양가 규제 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매수문의가 드물어졌다"고 말했다.
 

▲ 이촌동 한강맨션 단지 입구./유태영 기자 argos@

 

2008년 일찌감치 재건축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도 삼성물산으로 정해 이 지역에서 사업 진척이 가장 빠른 편인 '왕궁맨션'도 최근 매수문의가 끊겼다. 지난 2월 8억8000만원(5층)에 거래된 전용면적 102㎡ 물건이 6월에 10억2000만원(4층)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단지다.


이촌동 C공인 관계자는 "왕궁맨션은 250가구의 작은 단지임에도 매물이 2~3개 나와 있는데 지난달 1건 거래가 이뤄진 후 매수문의는 사라진 상황"이라며 "여름 비수기가 지나서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매물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1984년 준공돼 최근 재건축 사업 추진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을 신청한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상반기 매수세가 붙으며 가격이 1억원 가량 올라 역대 최고인 2006년 수준에 근접했지만 이후 정체된 상태다.

 

단지 인근 D공인 관계자는 "통상 재건축 사업은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거래가 활발해지는데, 이 같은 호재를 다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매수를 희망하던 이들이 강남 재건축 상황을 보면서 가격이 낮아지기를 기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촌동 일대 재건축이 당분간 위축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거래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반포지구와 마주보고 있으면서 시내 중심상업지구와 가까운 입지의 희소성이 점점더 부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촌동 일대 단지들은 강남 재건축 단지가 규제로 인해 위축되면서 잠시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산층 이상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인 데다 용산공원, 한강 조망권 등의 입지적 특수성이 있어 다시 거래도 늘고 가격 상승세도 나타날 것"라고 말했다.

   

▲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단지./유태영 기자 ar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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