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 윤도진 기자] 울산 주택시장 분위기는 대체로 싸늘할 것으로 여겨진다. 외부에서는 이 지역 경제의 한 축인 조선산업의 쇠락에 느닷없는 초가을 태풍 '차바'로 수해까지 겹치며 경기가 크게 위축됐으리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지난 19일 다녀본 울산의 모습은 달랐다. 오히려 최근 지역 전반에 부동산 관심이 커졌다는 게 현지 목소리다. "구조조정 때문에 움츠러들 것이라고들 했지만, 외려 일 해서 벌던 걸 이젠 투자로 벌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남구 삼산동 D공인 관계자)고 할 정도였다.
◇ "현대重 구조조정에 침체? 반은 틀린 말"
조선업 부진으로 인한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지역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예상에 대해 "현재로써는 반은 맞았지만 나머지 반쯤은 틀렸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판단이다.
울산 남구 달동 K공인 관계자는 "울산은 조선만 있는 도시가 아니라 자동차도 있고 석유화학도 있는 복합 산업의 대도시"라며 "태화강을 낀 남구 인기 주거지역 아파트의 집값 시세는 3.3㎡당 1400만~1500만원선의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업 종사자 비중이 높은 동구 지역의 집값은 직전 최고 대비 5~10%가량 떨어진 단지도 있다. 그러나 수요층이 넓은 주요 주거지역의 집값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파트가 3.3㎡당 900만원대에 공급된 중구 우정혁신도시는 시세가 3.3㎡ 당 1200만원선까지 올라 있다는 전언이다.
▲ 20일 문을 연 울산 송정지구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관람객들이 들어차 있다. |
최근 짙어진 고용 불안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말도 나온다. 삼산동 D공인 관계자는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안정적인 월세 소득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을 골라달라는 문의가 늘었다"며 "신규분양 아파트에도 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 관심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 투자자들의 관심의 중심에는 울산 북구에서 개발되는 송정공공택지개발지구가 있다. 이달 첫 분양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약 3400가구의 민간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곳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울산 마지막 택지지구' 라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 7개 필지에 5천여 건설사 달려든 곳
송정지구는 울산 북구 송정·화봉동 일원 총 143만8059㎡ 부지에 7821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택지지구다. 작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 용지를 분양할 때 최고 858대 1(B8블록)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건설사들 관심이 뜨거웠다. 당시 7개 블록 입찰에 5316개 업체가 참여했다. 평균 경쟁률은 759.4대 1이나 됐다.
LH 부산울산지역본부 최성환 과장은 "2007년 보상을 마무리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단 이유로 개발이 지체됐던 곳"이라며 "하지만 고도제한 완화와 지역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사업성이 개선돼 급속도로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 울산 송정공공택지개발지구 현장 전경/윤도진 기자 spoon504@ |
송정지구에 대한 지역 시장 투자관심은 현재 진행중인 이주자택지 공급에서 잘 드러난다. 대상자에게 3.3㎡당 250만원, 면적 300㎡ 안팎인 점포겸용주택 부지가 2억~2억5000만원에 공급되는데 웃돈만 3억원에 이를 정도다.
LH 하영석 과장은 "우정혁신도시의 가치 상승을 학습한 울산 주민들은 공공택지에서 민간 도시개발사업지구보다 큰 발전 가능성을 보는 듯하다"며 "울산의 마지막 공공택지라는 기대감이 커 용지공급 계약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부지조성은 금강주택이 대행개발 방식으로 맡아 현재 3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송정지구는 울산공항이 지구 초입에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그 사이에 국도 7호선(산업로)이 놓여 있다. 지구 동쪽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연결되는 '오토밸리로'가 내년 개통 예정이다. 서쪽에 있던 동해남부선 철로는 폐선되고 동쪽에 2018년 개통 예정인 동해남부선(부산~울산~포항) 복선전철이 새로 놓인다.
◇ '마지막 공공택지'에 수요자 관심 고조
송정지구에서는 20일 B1블록 '울산 송정 호반베르디움' 견본주택 개관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7개 블록에서 민간 공급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분양된다. 송정지구는 아파트만 7138가구가 지어지는데 ▲행복주택·국민임대(각 946가구) ▲민간임대(304가구) ▲공공임대(404가구) 등을 제외한 3372가구가 민간분양 아파트다.
송정지구 민간 아파트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공공택지지구여서 아파트 용지가 조성원가에 연동해 저렴하게 공급됐고 그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격도 인근 시세에 비해 낮게 책정된다. 다만 분양권은 계약후 1년 동안 전매에 제한을 받는다. '묻지마' 식으로 청약통장을 던지는 이들 못지 않게 실수요자 비중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울산 송정 호반베르디움의 경우 3.3㎡당 1050만원에 분양가격이 결정됐다. 분양대행사 청연앤드의 나진기 본부장은 "지구 남쪽에 위치한 화봉지구에서 최근 입주한 아파트인 '화봉 쌍용예가' 전용 84㎡ 저층이 3억9000만원, 3.3㎡ 1140만원선에 거래됐다"며 "이 때문에 1100만원 이하라면 분양권 전매 차익실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반도건설은 송정지구 중심부에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분양할 '울산 송정지구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로 전용 84㎡ 단일면적 총 1162가구 규모 단지다. 이 단지 분양대행사 에스알에스티디의 정희종 전무는 "지구 내 최대 규모에 남측 수변공원, 동측 초교 및 고교, 서측에 중심상업지역을 낀 입지"라며 "울산 부동산 카페 등 지역 사회에서 가장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이어 '한양수자인(B2블록 468가구)'과 '제일풍경채(B4블록 766가구)', '한라비발디(B8블록 676가구)'도 내달 분양을 계획 중이다. '금강펜테리움(B7블록 544가구)'은 연내, '신영지웰(B6블록 420가구)'는 내년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송정지구는 이 아파트가 모두 들어서는 2019년께에는 인구 2만명 가량의 주거단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