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투자수요 편중이 심해지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정부는 '11.3 대책'을 내놨다. 분양시장에서 단기 차익을 거두려는 투자수요를 차단해 시장 온도를 낮추자는 게 주 내용으로 현 정부들어 처음으로 나온 주택수요 제어 정책이다. 대책 이후 열흘 가량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시장의 변화를 짚어본다.[편집자]
정부가 지난 3일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을 내놓은 뒤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정책에 민감한 재건축 아파트는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래도 뚝 끊기고 매매 시세도 조정을 받는 상황이다.
강남 지역 재건축 분양권 및 입주권도 한파를 맞긴 마찬가지다. 다만 강남에서도 재건축 외 일반 아파트는 거래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가격도 유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 강남 재건축 거래 '뚝'
|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에서 이달 들어 계약을 맺은 뒤 신고된 재건축 아파트 거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사례를 모두 살핀 결과다.
11월 들어 계약을 맺고 실거래 신고까지 마친 해당 4개구 아파트 총 35건이었다. 그 중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지난 5일 6억300만원에 계약이 이뤄진 강동구 상일동 주공 6단지 전용면적 55.44㎡ 뿐이었다. 상일동에서 지난달에만 20건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계약이 맺어졌던 걸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강남 4구와 함께 묶인 경기도 과천시 역시 재건축 거래가 전무했다.
'조정지역' 지정 효과로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강남 4구의 재건축 단지들에는 매수세가 끊긴 상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8월 전용 84.43㎡가 14억원에 팔렸지만 지금은 13억원 매물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13억원정도면 사겠다고 하던 이들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식"이라며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어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반포동·잠원동 일대 아파트도 비슷한 분위기에서 시세가 5000만~1억원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분양권도 '한파'..일반 아파트는 '꿋꿋'
|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강남 4구 내 분양권·입주권 거래도 얼어붙긴 마찬가지다. 서초구에서는 서초동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입주권이 1건 거래되긴 했지만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신반포자이',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등에서는 대책 이후엔 거래 신고분이 없었다. 지난달에만 30건의 분양권 전매가 이뤄진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헬리오시티'는 이달 들어선 실거래 사례가 신고되지 않았다.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입주권 포함)은 11월 들어서도 10건이 계약을 맺고 신고됐지만 대책 발표일을 넘겨 거래된 것은 3건에 그쳤다. 지난달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며 16건의 거래가 이뤄진 단지다.
강남에서도 재건축 대상이 아닌 일반 아파트는 대책 전만은 못해도 거래가 아예 끊기진 않았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경우 지난 7일 전용 84.93㎡(26층) 아파트가 1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자이의 경우 계약이 신고된 사례는 없지만 전용 84㎡가 16억원 안팎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1일 11억2000만원에 거래된 역삼동 래미안역삼 전용 80.87㎡ 역시 지난달 거래된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포 M공인 관계자는 "반포자이나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인기 단지는 대책 영향을 받지 않고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가 끊기며 많게는 5000만원까지 가격이 내린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