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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랫길 선 주택시장]②'한파'는 시작됐다

  • 2016.12.02(금) 09:44

강남권 '거래 절벽'.."집 산다는 이 실종"
매수우위지수 급하락..가격 조정 불가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달아올랐던 주택시장이 연말들어 다양한 변수에 맞닥뜨렸다. 정부가 분양시장 투자수요를 덜어내기 위해 내놓은 '11.3대책'과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위한 금융 규제 강화, 여기에 금리 상승 기류, 대내외적 정치 불안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종전과는 변화된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한 주택시장을 들여다 본다.[편집자]

 

연말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 재건축은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 집 사자는 사람들은 당분간 추이를 보겠다며 물러서 있다. 매물을 내놨던 사람들은 금리 상승을 걱정하며 제 때 제 값을 받고 팔지 못할까봐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는 "추위가 시작됐다"고들 한다. 정부의 시장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 속에 2~3년간 시장 온도가 상승했지만 앞으로 얼마 간 종전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택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에 시장 온도가 얼마나 떨어질지, 겨울이 얼마나 오래갈지가 관건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개포·잠실·잠원동 매매거래 '30분의 1'로

 

올해 재건축 이슈를 바탕으로 집값 상승폭이 크고 매매도 잦았던 강남권 대표지역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잠원동 등의 주택 거래는 지난달 들어 단절되다시피했다.

 

지난 1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이들 3개 동 주택 거래는 지난 10월 232건이었지만 지난달 거래량은 단 8건에 그쳤다. 한달 새 거래량이 '3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경우 10월 66건의 아파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1월에는 개포 시영 전용 40.53㎡(7억7000만원) 단 1건만 거래된 것으로 등록돼 있다. 서초구 잠원동은 10월 49건의 계약이 이뤄졌지만 지난달엔 3건에 그쳤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10월 117건의 거래량을 기록했던 송파구 잠실동은 지난달 거래가 4건뿐이었다. 리센츠 전용 84.99㎡ 2건(각 11억7500만원, 10억원), 잠실 엘스 전용 119.93㎡ 1건(14억원) 등 이미 재건축을 마친 아파트가 3건이었다.

 

잠실동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주공5단지 전용 76.5㎡가 1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 주택형은 지난 10월 15억2500만원에도 매매계약이 성사됐지만 한 달여 지난 사이 가격이 2억원 이상 떨어져 팔렸다.

 

잠실 J공인 관계자는 "지난달엔 5000만원만 싸게 나와도 사겠다고 달려들던 이들이 11.3 대책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의 매물 시세는 1개월 사이 대부분 1억원 이상 빠진 상황이다.

 

◇ '팔겠다는 집 > 사겠다는 이' 급전환

 

이 같은 상황은 강남권만의 변화가 아니다. KB국민은행이 공인중개업소 40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월간주택시장 동향에서 서울 지역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0월 124.8에서 지난달 80.7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 지수는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매도-매수세 비중을 나타내는 지수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동일할 때를 100으로 잡고 그 이하면 매도세가, 그 이상이면 매수세가 더 강한 상태를 뜻한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6월 95.5를 기록한 뒤 7월부터 4개월간 100선을 웃돌았지만 5개월만에 다시 기준 이하로 내려앉았다.

 

서울 지역은 거래 활기를 나타내는 '매매거래지수'도 지난 10월 50.9에서 11월 15.1로 내려섰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1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9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월엔 113.1로 상승 전망 비중이 컸지만 11월은 96.7을 기록하며 하락 비중이 다시 높아졌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명근 기자 qwe123@

 

서초구 방배동 S공인 관계자는 "당분간은 집을 사봐야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시장 전반에 깔린 듯하다"며 "겨울 비수기에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겹쳐 있어 집을 팔아야 할 사람들만 조급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주택가격 조정폭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2014~2015년 신규 분양한 아파트의 입주가 내년부터 몰리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시장 공급물량 부담 증가로 주택가격 하락, 역전세난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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