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달아올랐던 주택시장이 연말들어 다양한 변수에 맞닥뜨렸다. 정부가 분양시장 투자수요를 덜어내기 위해 내놓은 '11.3대책'과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위한 금융 규제 강화, 여기에 금리 상승 기류, 대내외적 정치 불안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종전과는 변화된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한 주택시장을 들여다 본다.[편집자]
작년말에도 주택시장 전망은 꽤 어두웠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고 주택 공급과잉과 가계부채 과다 우려가 불거진 속에 한 해가 시작됐다. 하지만 '연교차'와 '지역차'가 컸다. 3~4월까지 잠잠한가 싶더니 여름 무렵부터 서울 강남권과 부산 등이 분양과열로 요동쳤다. 반면 대구처럼 약세가 본격화된 곳도 있었다. 연말엔 전국이 찬물을 끼얹은 듯 착 가라앉은 상태다.
내년 주택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이들은 매우 드물다. 올해 서울 일부 지역 중심으로 나타난 집값 상승세는 멈추거나 꺾이고, 전반적 주택 거래 활기도 둔화된다는 게 대체적 예상이다. 건설사들은 이제 새 아파트 분양도 녹록지 않다며 사업 계획을 짜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주택 수요자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해' 될까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가격 변동률이 -0.8%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지난달 내놨다. 수도권은 보합, 지방은 1.5%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건설업계 '싱크탱크'로 불리는 건산연이 수도권과 지방을 합친 전국 주택가격 평균 연간 전망을 '마이너스' 숫자로 내놓은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8년만이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였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가격이 버틸 수 있겠지만 금리 상승 압박과 입주 증가가 현실화되는 하반기에 하방 압력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른바 '상고하저(上高下低)'다. 특히 수도권은 서울과 외곽 지역의 극심한 양극화가 나타나고 지방은 5대 광역시보다 도 단위 지역에서 하락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내년 전망을 어둡게 봤다. 수도권은 소폭이나마 상승하겠지만 지방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산연은 내년 수도권은 0.5% 상승, 지방은 0.7% 하락을 점쳤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택 공급과잉으로 인한 입주물량 부담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출·청약 규제가 더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몰리면서 시장의 공급물량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주택가격 하락, 역전세난 등에 따른 자금조달과 전세금 리스크 확대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산연이 변곡점으로 잡은 시점은 2분기다. 역시 하반기 조정이 본격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저가매수 대기 수요..경착륙은 피할 것"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기관들은 '안전벨트를 매야 할 시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와 비교할 만큼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경착륙'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부동산·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상승과 주택 입주량 증가로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이 우려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저가 매수를 기대하는 실거주 목적 중심의 대기수요가 집값 급락을 막는 방어선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도 외곽 등 공급과잉 우려 지역이나 대구·경북 등은 침체로 접어든 일부 지방은 약세가 불가피하겠지만 서울처럼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곳은 조정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000여가구로 올해 약 2만4000가구보다 소폭 증가하는 수준이란 점에서다.
그러니 집값 급락 걱정에 매몰돼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만이 답은 아니란 얘기다. 조정폭이 크지 않고 지역차도 있다 걸 유념해야 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 짧은 기간 동안 시세차익을 내려는 '투자 목적' 매수는 자제해야겠지만 충분한 자기자금으로 실거주용 집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김 연구위원은 "대도시 재건축 아파트, 유망 신규분양 물량 등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하락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조정이 내후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2019년 이후 시장 회복을 겨냥한 저가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작아졌고 순수전세 매물도 희소해 전세에서 벗어나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실수요자라면 서울처럼 공급과잉 우려가 덜하고 노후화에 따른 주택 교체수요가 유발되는 곳 위주로 싼 매물을 찾아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조언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