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와 경기도 과천 등지에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고분양가'라는 판정을 받게 되면 분양보증을 받을 수 없게된다. 다만 분양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한 판정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판단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HUG는 31일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정해 이날부터 시행키로 하고 서울 강남 4구와 경기 과천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을 차단해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보증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결정이다.
HUG는 분양가 상승이 전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곳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분양가 또는 매매가 상승이 지속돼 고분양가 사업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고분양가 우려지역'으로 정하기로 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에는 강남 4구와 과천시가 선정됐으며, 고분양가 우려지역에는 강남 4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과 부산 5개구(해운대·남·수영·연제·동래)가 들어갔다.
고분양가로 판정된 신규분양 사업장은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에 있는 경우 분양보증이 거절되고, 고분양가 우려지역에 있다면 지점 심사후 HUG 본사 심사까지 거쳐야 보증취급 여부가 결정된다.
HUG는 고분양가 사업장에 대한 판정을 '인근 기준'과 '시·군·구 단위 지역 기준' 두가지로 정해 이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보증 제한을 받도록 했다.
인근 기준은 분양보증을 신청하는 사업장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다. 비교대상 아파트는 입지·가구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①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②분양 진행 중인 아파트 ③준공아파트 순으로 정하기로 했다.
지역 기준은 3.3㎡당 분양가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가나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로 잡았다. 이 역시 비교 대상은 입지·가구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단지라고 정해뒀다.
HUG 측은 "고분양가가 타 사업장으로 확산하면 입주 시점에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칠 경우 다수 사업장에서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택시장 침체시 HUG에 심각한 손실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교 대상 단지를 '입지·가구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단지'로 모호하게 정해 고분양가 판정에 논란 소지가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입지적 유사성과 단지 가구수가 어디까지 차이가 나도 인정되는지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최근 개별 기업마다 브랜드 차별화에 나서고 있고 한 기업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디에이치-힐스테이트, 푸르지오-푸르지오 써밋 등)로 나눠 운영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어디까지 비교 대상으로 인정할 것인지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HUG는 최근 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고분양가 우려가 커진 과천 경우에 대해서도 아직 비교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과천주공1단지의 경우 분양보증 신청서류가 들어와 봐야 작년 분양단지인 '래미안 센트럴 스위트'(옛 7-2단지 재건축)과 비교할 수 있을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책정이나 브랜드 차별화는 민간 기업 고유 영역인데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게 문제"라며 "결국 인위적으로 가격을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그 기준이 HUG 입맛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