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처음 내놓은 부동산 대책인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은 제목에서 나타나듯 일부 주택시장에서 보인 과열을 걷어내면서도 전반적인 경기에는 충격이 없도록 수위 조절을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재건축 조합원 다주택 공급에 제한을 두기로 하면서 수년간 줄곧 완화 기조를 유지해온 재건축 관련 규제를 처음으로 강화했다는 점 등에서 정책 방향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새 정부 의지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솜방망이 대책'이란 평가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19일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하반기부터 도심내 분양물량이 증가할 예정이어서 청약과열 심화와 주변 집값 동반 상승 등 불안요인이 있었다"면서도 "동시에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 입주물량 증가 등 조정요인이 있어 현재 나타나는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고민 흔적 보인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변동성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수위 조절을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단기 투자목적의 가(假)수요자에게 경고 신고를 보냄으로써 무리한 추격매수를 막고, 단기적으로나마 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의 가격상승과 거래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당장 조정대상지역 과열을 식히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만한 조치"라며 "작년 11.3대책 때처럼 일정기간 동안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조정 요인들이 유효한 상황에서 더 강한 대책을 내기에는 정부로서도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예상된 수준의 대책이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 등이 단기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과열조짐이 있어 보이는 지역에 적절한 시그널을 주고 이후 하방 위험(리스크) 요인을 감안해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출범 30일 밖에 되지 않은 새 정부가 그런 고민을 대책에 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과열이 완화되겠지만 서울 전체 분양권을 전매제한으로 묶어놨기 때문에 시장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서울 외곽의 경우 상대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 규제 기조…풍선효과 우려도 제기
이번 대책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완화 일변도의 조치가 이어져 주택경기 부양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재건축에 다시 규제가 가해진 것도 특징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재건축 조합원 주택공급수 제한의 경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의 재건축 단지 등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8월 가계부채관리 대책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일몰, 금리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 시장 조정 요인이 많기 때문에 재건축도 당분간 숨을 고를 것"이라고 봤다.
11.3대책 때처럼 청약·분양시장 과열만을 진정시키는 내용뿐이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청약·분양만 관리한다고 주택시장 과열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책 방향이 어긋났다고 본다"며 "풍선효과로 규제를 받지 않는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규제 사각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대상으로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을 꼽았다. 그는 "분양권과 달리 입주권은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이번 대책 후에도 시장성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차입의존도가 적은 투자자층에게 상대적으로 나은 투자상품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규제에 대해서도 투기 수요를 일부 거르는 데 효과가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방시장의 양극화라든가 서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민은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가격 안정화에 이번 대책은 한계가 많다"며 "단기적으로 거래량만 잠깐 위축되고 몇 달 지나면 다시 시장 온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