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시장 전망이 흐릿해졌다. 집을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닌 '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기조와 함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도 줄게 됐고, 각종 규제로 실수요자조차 집 사기 어렵게 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런 시장 변화 속에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형태로 대출하는 '공유형 모기지(mortgage)'가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관심의 배경과 최근 이용 실적, 향후 활용 가능성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다주택자더러 집을 팔라지만 갭(gap) 투자자가 집을 내놓으면 살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정부에서 집값이 더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저러는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서울 양천구 신정동 A 중개업소)
"전셋값 오르는 게 겁나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도 어렵고, 대출금액 한도까지라도 받아 사자니 금리도 오르고 집값도 별로 오르진 않을 듯 해 집을 사야할 땐지 모르겠네요."(서울 강북구 세입자 B씨)
8.2 대책 변곡점을 맞고 있는 요즘 주택시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본격적으로 집을 처분하는 시기가 오면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에 나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시장에서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게 '공유형 모기지'다.
◇ '잊혀졌던' 공유형 모기지
공유형 모기지는 향후 집값 변동에 따른 수익 또는 손익을 대출재원인 주택도시기금과 나누는 대출상품이다. 2013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첫 시범사업으로 첫 3000명을 모았을 때 한 시간도 채 안돼(54분) '완판'됐다. 파격적으로 낮은 대출금리가 가장 큰 매력이었다. 당시 냉기가 채 가시지 않은 당시 주택시장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공유형모기지는 집값이 많이 오를 경우에도 기금이 가져가는 몫은 제한이 되고(수익형, 연 5%), 집값이 떨어질경우 손실까지 기금과 나눌 수 있는(손익형) 대출이다. 적용 금리도 낮기 때문에 최근처럼 주택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가 적을 때 적당한 상품이 된다.
출시 이듬해까지 인기를 끈 이 상품은 집값 상승과 함께 실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유형 모기지 신규대출 실적은 2013년 10~12월 석달새 3782억원, 이듬해 7746억원을 기록한 뒤 2015년 1955억원,작년 188억원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중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낮아져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비교할 때 금리 메리트가 줄어들고, 작년부터는 서울 등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도 커져 굳이 수익을 기금과 나눌 이유가 없다고 본 수요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도시기금의 공유형모기지 대출 잔액은 수익공유형의 경우 2015년말 1조481억원에서 작년말 8800억원으로, 손익공유형은 같은 기간 2370억원에서 2133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 금리인상·규제강화 속 '재조명'
최근에 공유형 모기지에 다시 관심이 붙는 것은 시장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이주수요가 늘어나고, 주택 구매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공급 부족도 우려되기 때문에 향후 전월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연 1.5% 금리로 20년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손익형공유형은 최초 5년간 연 1%, 이후 15년간 연 2%로 주택구입자금이 융자지원된다. 기간별로 확정된 금리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금리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강화된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이 될 수 있다.
공유형 모기지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및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인구 50만 이상 도시(김해·전주·창원·천안·청주·포항) 및 세종시에서는 규제지역 지정 여부와 상관 없이 최대한도 2억원내에서 LTV 70%, 연소득 4.5배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대상은 연 소득 6000만원(생애최초 경우 연 7000만원) 이하인 5년이상 무주택 세대다.
다만 대책 이후 당장은 시장에 가격을 낮춰 급하게 처분하려는 매물이 충분히 나오는 상태는 아니라는 점에서 실수요자라도 시장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센추리21코리아 김희선 전무는 "실수요자라도 아직은 주택매입을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다만 세입자로 남아있기 불안한 무주택 수요자라면 집값 조정시기 어느정도 가격이 낮아진 매물이 나왔을 때 선택적으로 활용할 만한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