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를 누가 운영하고 얼마나 돈을 버는지는 휴게소 관련 사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다. 그럼에도 그동안 휴게소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고 운영자들도 베일속에 가려진 경우가 많았다. 휴게소 평가에서 누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휴게소 이용자에게 소중한 정보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그동안 선별적으로 상위평가 결과만 발표해왔다. 비즈니스워치는 정보불균형 해소와 알권리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관련 정보를 분석해 전면 공개한다. 우리가 몰랐지만 알아두면 좋은 휴게소이야기. [편집자]
휴게소 주인들 가운데서는 유독 눈에 띄는 업종이 있다. 바로 건설사들이다. '리슈빌', '스타힐스', '하우스디' 등 일반인들도 아파트 이름은 들어봤음직한 계룡건설산업, 서희건설, 대보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건설 공사현장이 아닌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에서도 해마다 수천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무 건설사나 휴게소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 변에 건설사들이 '아성(牙城)'을 쌓을 수 있었던 독특한 배경들이 제각각 있다. 계열사로 편입시킨 기업이나 건설사 자체의 태생에 고속도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
◇ '하이패스까지'..대보-도공 '고속도로 로맨스'
건설사 중 계열사 전체를 포함해 휴게소 사업이 가장 활발한 건설사는 대보건설이다. 올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51위로 셋 중 가장 낮지만, 휴게소 사업 매출(2016년)은 총 4052억원으로 가장 많다. 대보건설, 대보유통, 대보디엔에스, 보령물산 등 4개 계열사가 무려 휴게소 18개, 주유소 20개를 보유하고 있다. 먹고 마시는 휴게소 일반 매출이 1093억원, 주유소 매출이 2958억원이다.
대보건설은 과거 도로 건설공사를 주로 하는 토목 중심의 건설사였다. 1990년대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공사로 사업의 기틀을 닦았고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나오는 공공주택 건축공사로 사업범위를 넓혔다. 대보유통이 휴게소 9개와 주유소 10개 등을 운영하는 고속도로 위 사업의 중심이지만 2013년에 대보건설이 보성휴게소 등 각각 8개의 휴게소와 주유소 운영권을 따내 직접 운영도 하고 있다.
건설로 시작했지만 지배구조상으로는 오너인 최등규 회장 부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대보유통이 대보실업을 통해 대보건설을 지배하는 구조다. 고속도로 위 사업은 대보건설 자회사인 대보정보통신과도 관계가 깊다.
이 회사는 도공 자회사로 1996년 설립된 옛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이었는데 이후 민영화 과정을 거쳐 2002년 대보로 인수됐다. 하이패스, IT 전광판 등 전산시스템 설치·유지·보수·운영 사업권을 가지고 있어 작년까지도 도공 매출 비율이 35%안팎 된다.
최근 대보유통은 추가로 서해안고속도로 매송휴게소 25년 사업권을 따내 대보건설에 공사를 맡겼다. 대보건설이 고속도로 휴게소와 IT 영업권을 바탕으로 사세를 확대한 것에서 비롯한 도공과 사업상 유착 의혹은 도로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 때 단골 메뉴다.
◇ 계룡건설 1800억, 서희건설 1400억 '알짜 수입원'
고속도로 위 또다른 건설 강자는 계룡건설산업이다. 시공능력평가 17위인 계룡건설산업은 자회사 계룡산업, 케이알산업(KR산업)을 휴게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가 휴게소 13개, 주유소 8개에서 각각 924억원, 892억원 등 총 181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계룡산업은 과거에는 계룡건설 계열 시멘트·레미콘 회사였다. 그러나 1995년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 하행선, 2001년 통영~대전 덕유산 휴게소 상·하행 운영권을 따낸 뒤 휴게소 사업으로 주력업종을 갈아탔다.
계룡건설 계열의 휴게소 사업 주포는 휴게소 10개, 주유소 6개를 도맡고 있는 케이알산업이다. 이 회사의 전신은 도로공사 자회사인 옛 고속도로관리공단이었다. 원래 고속도로 시설물 설치 및 관리유지, 휴게소와 주유소의 운영이 주요사업이었던 회사다. 지난 5월 별세한 고 이인구 회장은 2002년 도공으로부터 이 회사를 인수해 휴게소 사업에 뛰어들었고 2009년 사명을 지금 것으로 바꿨다.
시공능력평가 32위인 서희건설도 직접, 또 유성티앤에스라는 계열사를 통해 휴게소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코스닥 등록사다. 서희건설과 휴게소 사업 인연은 이 회사 태생이 고속도로가 주무대인 운송업이란 것과 관계가 있다.
이 회사 오너인 이봉관 회장은 옛 포항제철(포스코) 공채 2기 출신으로 운송 담당 업무를 맡아왔다. 그러다 1982년 독립하며 영대운수를 세웠고, 또 이와 거의 동시에 포항제철로부터 한국신통운을 인수해 유성화물(현 유성티엔에스)을 만들었는데 이 회사들이 지금 서희건설 모태다.
서희건설은 건설시장에서도 다른 회사들이 주목하지 않던 교회, 학교, 병원, 교도소 등 틈새시장 사업다각화로 사세를 넓혔다. 운송에 업력이 있었던 만큼 휴게소 사업에도 관심을 둔 것으로 여겨진다. 2009년 도공에서 처음 영업권을 따낸 뒤 작년에는 9개 휴게소에서 388억원, 10개 주유소에서 997억원 등 총 13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앞으로 이 외에 다른 건설사들은 휴게소 진출을 넘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유사업종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에는 건설업도 포함됐지만 지금은 제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게·상업시설 건설과 운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고속도로 위 종합부동산 사업에서 3개 중견 건설사가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