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로 인한 유동성 축소, 매수심리 악화로 인한 수요 위축, 준공되는 아파트 공급 증가가 이같은 예상을 부른 배경이다.
특히 쏟아지는 입주물량이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상반기에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가격이 유지되겠지만 하반기 지방부터 조정이 본격화 되는 '상고하저' 형태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건설협회 산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2018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전국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평균 0.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발표를 맡은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부동산시장의 3대 리스크로 ▲금리인상 등 유동성 축소 ▲수요 위축 ▲ 준공 증가를 꼽았다. 허 연구위원은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관망세는 강화되고 신규 매수자는 크게 줄것"이라며 "이같은 수요 위축은 당장 가격보다는 거래와 분양물량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3년전 분양대금 10%(계약금)만 넣고 아파를 분양받은 이들이 입주가 몰린 시기에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다. 그는 이어 "준공 때 중도금 대출 해지와 잔금 납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특성상 분양 계약자들에게는 원활한 자금 이동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유동성 제약이 적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하방 위험"이라고 꼽았다.
건산연은 내년 중도금 해지와 잔금을 합쳐서 약 80조원 규모의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이 건설 공급자와 금융권, 주택시장 전체에 유동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적어도 전국 평균 분양가 2억3000만원인 아파트 38만6000가구가 집들이를 하는데, 분양가에서 각각 50%와 40%를 차지하는 중도금과 잔금이 주택시장에 채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허 연구위원은 "역전세 발생으로 보증금 반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 분양가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경우, 기존주택 처분이 어려운 경우, 주택담보대출 제약이 확대된 경우, 임차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잔금 연체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지난달 이미 세종(-6.1%), 경북(-4.4%), 충남(-3.5%), 경남(-2.0%), 대구(-1.9%) 등지서 전세가격이 하락해 역전세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눈여겨봤다. 이런 증상이 거래량 감소, 금융규제 강화와 맞물려 입주 잔금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 지역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은 금리상승 압박, 준공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거래는 줄더라도 가격은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또 현재까지도 열기가 식지 않는 분양시장도 차별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신혼희망타운 등 양호한 입지의 분양시장에는 청약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입주물량이 많아진 곳은 미분양 증가 우려가 크다는 게 허 위원 생각이다.
이같은 주택경기의 둔화는 전반적인 건설산업 환경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건산연은 2018년 국내 건설수주가 올해보다 15% 줄어 4년만에 최저치인 133조원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봤다. 수주는 공공부문에서 10.5% , 민간에서 16.9% 감소가 예상됐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주택 중심으로 민간건설경기가 빠른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내년 사회기반시설(SOC)예산 감축으로 공공부문이 완충 역할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건설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건설사들도 불확실성에 대한 모니터링,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 내년 주택시장 공급 및 수요 변수(자료: 건설산업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