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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를 늘려야 할 때

  • 2017.11.30(목) 11:09

현재 6.3% 수준→15% 이상 늘려야
국민기본수요 충족 위해서도 확대 필요

우리나라 사람을 100명이라고 할 때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은 57명이고, 나머지 43명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산다. 남의 집에 사는 43명은 사적(私的)임대에 37명, 공적(公的)임대에 6명이 산다. 임대시장 구성이 사적임대 86% : 공적임대 14% 비중인 셈이다.

 

☞ 국토교통부의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점유율은 2015년 56.8%로 전년 53.6%보다 높아졌다. 사는 곳과 상관없이 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인 자가보유율은 2015년 59.9%다. 임차가구 중 월세 비중은 60.5%에 달한다. (전세 39.5%)

 

사적임대는 일반인(다주택자)이 임대수입과 시세차익을 노리고 전월세를 주면서 생긴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른 탓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집을 매입하는 `집테크족`이 일반화하면서 사적임대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임대수입을 목적으로 집을 매입해 세를 놓은 게 아니라 시세차익을 바라고 사둔 집을 세 준 경우가 대다수다.

 

사적임대 시장이 커지면서 집주인이 전월세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쥐게 됐다. 집주인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전세금을 올리는가 하면, 전세를 월세로 바꾸기도 한다. 정부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 시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 통제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전월세 가격이 오를 때마다 세무조사 운운하며 공갈포만 날려 왔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임대기간 2년→4년)과 임대주택사업 활성화 방안(임대사업용 주택은 임대료 인상률 연 5%로 제한)을 담으려 한 것도 시장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기 위해서였다.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주도권을 민간에 빼앗긴 건 역대 정부가 공적임대 정책을 등한시한 업보로 볼 수 있다. 정권마다 공적임대 비중을 2~3%씩만 늘렸어도 전월세 시장은 벌써 평정됐을 것이다.

 

☞ 우리나라 장기 공공임대주택 수는 126만가구로 전체 가구(1988만 가구)의 6.3%(2016년)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인 2003년에는 30만4000가구로 2.4%에 불과했다. OECD 평균 공공주택 비중은 8% 선이다.

 

 

역대 정부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단 임대주택을 경쟁적으로 내놓았지만 하나같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국민임대주택(노무현 정부)이 그랬고 보금자리주택(이명박 정부)이 그랬다. 박근혜 정부 또한 행복주택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결과로 귀결됐다.

 

정권마다 출범할 땐 50만가구, 100만가구를 짓겠다고 공언했지만 절반도 못 지은 채 흐지부지된 것이다. 처음엔 임대로 공급했다가 5~10년 뒤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설계한 것도 공적임대를 늘리지 못한 이유다. 주택 정책의 초점이 공공임대 물량 확보보다 주택보급률 100% 조기 달성에 있었던 탓도 크다.

 

문재인 정부도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임기 동안 공공임대 65만 가구(매년 13만 가구)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목표대로 공급이 이뤄지면 2022년쯤에는 공적임대에 사는 사람이 100명중 10명쯤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전월세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데 역부족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공적임대 거주자가 15~20명쯤 돼야 정부 의지대로 전월세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100명 중에 60명은 자기 집에 살고, 25~20명은 사적임대에 살며, 15~20명은 공적임대에 사는 세상이다.

 

☞ 문재인 정부는 임기동안 공공부문에서 100만 가구를 공급키로 했다. 공공임대 65만 가구, 공공지원민간임대 20만 가구, 공공분양 15만 가구 등이다. 공공임대는 매년 13만 가구씩 짓게 되는데 건설임대 7만 가구, 매입임대 2민6000가구, 전세임대 3만4000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공적임대 확보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국민의 기본수요(주거 교육 의료 등)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을 포함해 국민들에게 부담이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주거비다. 가계 빚 1400조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만 750조원을 넘는다. 일반적으로 공적임대 전월세금은 사적임대의 70% 이하 수준이어서 주거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

 

지금처럼 소득의 태반을 주거비에 쏟아 붓는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 서민들의 주거가 안정돼야 소비가 살아나고 경제가 돌아간다. 따라서 공적임대 확대 정책은 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 변양균 전 정책실장(노무현 정부)은 자신의 책(`경제철학의 전환`)에서 "국민기본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향후 5년간 286만채(매년 57.2만채)를 추가 공급해 공공임대 재고율을 2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기준 유럽의 공공 임대주택 재고율은 프랑스 17%, 영국 18%, 네덜란드 3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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