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큰 장(場)이 섰던 가을 분양시장이 올해는 다소 초라하다. 실수요자들이 주목하고 있던 여러 단지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청약제도 변경 등의 이유로 일정이 줄줄이 밀린 까닭이다.
여전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대기 실수요자가 넘치는 상황이라 새 집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 재건축‧수도권 신도시 대신 검단신도시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이후 연말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7만8863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추석 이후 가을 분양시장 초기만 해도 서울 주요지역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판교와 위례신도시, 과천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신도시가 주목 받았다.
하지만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간 분양가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일정을 미루는 단지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북 지역에서 실수요자 관심이 가장 컸던 곳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길음1구역 재개발)'는 당초 10월 중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12월로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재개발 조합은 3.3㎡ 당 2500만원 수준의 분양가를 원하고 있지만 HUG는 1800만원 이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곳도 많다. 국토교통부는 9.13 대책 후속으로 추첨제로 분양자를 선정하는 전용 85㎡ 이상인 주택에 대해 무주택자를 우선 추첨 대상자로 하는 내용의 '무주택 실수요자 우선 공급 등을 위한 주택공급제도 개선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라 전용 85㎡ 이상의 중대형으로 구성된 북위례 힐스테이트와 위례포레자이 등은 법률 개정 이후인 12월로 일정을 미룬 상태다. 성남 판교 대장지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역시 이미 분양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연말로 일정을 늦췄다.
서울 재건축과 주요 신도시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대신 수도권 마지막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신도시가 주목받고 있다.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을 시작으로 루원시티 SK리더스뷰, 검단신도시 우미린 등 줄줄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검단신도시는 청약 비조정 대상지역으로 대다수 수도권 지역과는 달리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 더 치열해질 청약 경쟁률
이처럼 실수요자들이 눈독 들일만한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 남아 있는 단지를 두고 실수요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청약 경쟁률은 평균 27.9대, 당첨자들의 청약 가점은 평균 58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무주택자들의 당첨 확률이 더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특히 당첨되지 못한 20명 이상의 청약자들은 지속적으로 분양시장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분양일정 지연에 따른 무주택자들의 집을 향한 갈증은 이전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당초 계획됐던 분양 물량의 91% 수준만 실제 분양이 이뤄지고 있고, 전체 공급량도 크게 줄면서 청약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서울과 일부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한 청약 양극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