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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공급축소 불보듯"…조합‧건설업계 발동동

  • 2019.08.12(월) 15:36

사업지연·분담금도 커져…"관리처분 이후 단지, 사업 재편성"
"과거 실패한 정책"…일부단지, 서둘러 선분양

"이번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면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이다."(강남 A재건축 단지 조합장)

"안 그래도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건설경기까지 죽게 되면…."(건설업계 관계자)

"일반분양 가격을 낮추자고 전체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셈이다"(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효력 적용시점을 '입주자 모집승인' 시점으로 확대하면서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정비 사업장들도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을 받게 되면서 사업 추진에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건설업계도 주택경기 위축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을 우려하며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 '선분양이라도'…조합들 울며겨자먹기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안'은 제도의 지정효력 적용시점을 모든 사업장에 '최초로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재건축‧재개발 사업만 예외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던 것을 일반주택사업과 일원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일반 분양을 준비하던 정비사업장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선회,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일부 정비사업 단지들의 퇴로를 막아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100여 곳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은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신반포4지구, 미성·크로바, 상아2차 등이다.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은 3.3㎡(1평)당 3300만~3500만원을 예상했으나, HUG의 분양가 산정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평당 2569만원 이하에서 분양가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되면 분양가는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비사업 단지들은 서둘러 선분양에 나서는 등 방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올 상반기 후분양을 검토하던 상아2차는 다시 선분양으로 기울었다. 이미 HUG와의 분양가 협의를 끝낸 만큼 제도가 공포·시행되는 10월 전에 선분양을 추진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한다는 방침이다. 관련해서는 오는 24일 조합 총회를 열어 확정하기로 했다.

또다른 재건축 단지에선 정부에 위헌 소송을 검토하며 반발 수위를 높여나갈 태세다.

분양가 상한제 소급 입법으로 재산권을 박탈당하면 헌법 13조2항(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을 통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비사업 조합들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해법은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강남 삼성동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타격이 굉장히 심할 것"이라며 "관리처분할 때 조합원들에게 재건축 분담금을 확정지어 알려줬는데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다고 하면 조합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헌 소송, 시위 등으로 번져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한다고 해도 2~3년 걸리기 때문에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는 모두 조합의 몫"이라며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 보려면 HUG의 규제를 받는 선분양으로 가고, 그마저도 조합원 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건설업계 "왜 실패한 정책을 또…"

건설업계도 초조해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의 사업이 지연되면 신규 분양이 어려워지고, 나아가 주택 사업이 위축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유예해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국토부와 국회 일부 의원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다른 건설업계 협회들도 이번 분양가 상한제 강화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6월 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언한 지 두 달 만에 반사효과로 신규 분양 물량 쏠림 현상이 나타났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 포기를 검토하는 현장이 많아졌다"며 "이런 징후만 봐도 향후 주택 공급의 중단 및 지연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 통계자료를 보면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한 이후 4년간(2008~2011년) 분양 물량은 연 24만 가구로, 오히려 도입 이전 4년간(2003~2007년) 물량인 연 29만 가구에 비해 17.2% 줄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2007년에 도입됐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번엔 시장 과열 우려지역을 선별적으로 지정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 여건이 불안정한 데다 결국엔 서울 혹은 강남권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선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도입 후 2~3년은 공급이 위축되다가 다시 공급이 늘어나는 등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왜 그런 부작용들을 재현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택 공급이 시장 질서에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도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시공뿐만 아니라 조합과 공동 시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엔 같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누가 손해보면서 주택 공급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철거 단계의 단지들은 사업 자체가 재편성돼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이미 분양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텐데 다시 새로운 기준에 맞추려면 근본적으로 사업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사업 재점검 과정에서 입주, 준공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우려했던 분양 물량 축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소규모 일반분양 가격을 내리기 위해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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