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방만 경영에 대한 집중 질타를 받았다. "책임지고 용퇴하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이재광 사장이 국감 내내 '진땀'을 뺐다.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한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사고와 고분양가 사업장 규제로 인한 로또 논란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된 투명성 요구와 비전문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 이재광 사장, 얼마나 방만했기에…
14일 국회에서 열린 HUG와 한국감정원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재광 사장이 집중 포화 대상이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이 사장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고 나섰고, 이 사장은 해명하는데 진땀을 빼야 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역 T타워에 있던 HUG 사장과 임원실이 여의도로 이전하게 된 이유를 물으며 T타워 임차기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추궁했다. 임대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무리하게 여의도로 집무실을 이전해 1년간 3억5000만원 이상 임대료와 관리비, 이사비용으로 1000만원 가량을 낭비했다는 게 이용호 의원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재광 사장은 "정책사업 수행과 조직운영에 있어 여의도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공실로 남은 T타워 공간은 서울창조경영혁신센터와 함께 HUG창업라운지를 개소해 스타트업 기업으로 채웠는데, 이 역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이현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빈 사무실을 창업지원센터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HUG의 임무인 주거복지향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재광 사장이 이용하는 업무 차량 개조비용,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사택 이전, 전임 사장과 비교해 과도한 해외 출장 사례 등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이재광 사장은 "사택 이전은 임대차 기간이 만료돼 옮긴 것이고, 해외 출장은 해외 사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HUG 직원들이 누리는 과도한 혜택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HUG는 사내복지기금으로 최근 5년간 2억7575만원을 사용했고, 직원 복지 차원으로 연 1%대 금리로 1억5000만원 한도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재 의원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영되는 HUG가 직원 복지를 위해 서민들은 꿈도 못 꾸는 연 1%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과도한 복지혜택일 뿐 아니라 대출 규제를 엄격히 강화하는 정부 정책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자 여당 내에서도 용퇴 목소리가 나왔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효율적 경영으로 경고조치 받았지만 이후에도 바뀌는 게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국정철학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용퇴할 생각은 없나"라고 이재광 사장에게 묻기도 했다.
HUG의 방만 경영으로 질의가 집중되면서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도금 대출 보증 사고 증가 등을 문제 삼았고,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HUG의 고분양가 통제로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 감정원, '공시가격 집중 포화'
한국감정원은 국정감사에서 공시가격 정상화에 따른 후폭풍을 맞았다. 올 들어 공시가격 정상화의 일환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형평성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탓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감정원 공시지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정 내용을 공개하면 된다"며 부동산 종류별로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이 20배 급증한 것은 결국 산정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전문가 재량으로 판단하는 부분은 비공개인데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은 "산정 내용을 감추는 것은 아니고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공시가격에 대한 문제는 감정원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시업무 참여자 중 70%가 비전문가인데,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학규 원장은 감정평가사 1명과 일반직원 1명으로 현장에 나가는 팀을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감정원의 공시가격 업무는 기관업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