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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청년 한달에 월세 20만원 지원"…사용처 관리는?

  • 2019.10.23(수) 16:01

청년수당 3년간 10만명 지원‧월세 20만원씩 10개월
청년수당 사용처 관리 지적에 "청년 믿는다"…허술한 관리 논란

"흔히 인생을 42.195km짜리 마라톤에 비유한다. 수많은 역경과 고통을 지나서 각자의 목표점에 도달해서다. 마라톤 경기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뛰기 때문이다. 각자의 노력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달라도 그 출발은 같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서울시의 생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 지원 정책에 대한 서울시의 기본 입장을 밝혔다.

청년들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사회에 발 딛을 수 있도록 '구직‧주거' 지원을 확대하고,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청년수당 사용처 관리가 미흡하다는 단골 지적에 대해선 "청년들을 믿는다"는 허술한 답변을 내놓아 또다시 '모텔 결제' 등의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서울시장 타운홀미팅'을 열고 청년수당, 청년월세지원 방안 등을 담은 인사말을 하고 있다./채신화 기자

◇ 청년수당 늘리고 월세지원 만들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서울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서울시장 타운홀미팅'을 열고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과감히 단행하고자 한다"며 "청년수당과 월세지원으로 3년간 4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수당은 월 50만원의 구직비용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비용으로, 생애 한 번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향후 3년간 3300억원을 투입해 현재 연 7000명에서 3년간 10만명으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이는 서울시가 추산한 청년수당의 잠재적 사업대상자 모두에게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그동안 소득 등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미취업청년 중 대상자를 선발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청년 누구나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상자 요건은 기존과 동일하게 서울 거주 중위소득 150% 미만, 만 19~34세 졸업 후 2년 지난 미취업 청년이다.

또 청년 1인 가구에 월 20만원의 월세(임대료)를 최대 10개월 간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을 새롭게 시작한다.

내년 5000명을 시작으로 오는 2021~2022년 각 2만명씩 3년간 총 4만5000명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총 1000억원을 편성했다. 대상은 만 19~39세, 중위소득 120% 이하다.

이와 별도로 만 19~39세 청년에게 임차보증금 대출과 이자를 지원(연 2%)하고 있는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은 내년부터 연소득 조건이 기존 3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완화된다. 보증금 대출 규모는 최대 25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된다. 서울시는 내년 총 1000명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4억3500만원을 편성할 예정이다.

청년 불평등 문제를 논의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한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도 오는 12월 출범한다.

이날 나온 정책은 청년 당사자들의 민간거버넌스인 '서울청년시민회의'에서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숙의‧토론‧공론화 과정을 거쳐 채택했다.

◇ 예산은 "OK" 청년수당 사용처 관리는 "…"

이번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부 서울시가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정책 설명 이후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확보' 질문이 나오자 "서울시가 지난 8년 동안 7조5000억원 정도의 채무를 감축했다"며 "어느 때보다도 재정이 튼튼하고 충실해진 상태"라고 답했다.

박 시장은 "확대 재정은 시민의 편익과 복지,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훨씬 도움이 된다"며 "복지 선진국가 어디를 보더라도 보편적 복지의 법칙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이번 복지 확대 정책이 '포퓰리즘'이 아닌 '리얼리즘'이라고 강조하며 "청년들의 요청에서 나왔던 정책이자 가장 절박, 절실한 분양에서 시작된 정책인 만큼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제공한 수당의 사용처 관리에 대해선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청년수당은 지난 2017년 '청년수당 클린카드'가 모텔, 노래방 등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용처 관리 미흡 등으로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대폭 확대하면서 영수증 의무 제출 등 사용처 관리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청년을 믿는다"며 다소 안일한 답변을 내놨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으로 모텔, 단란주점에 갔다는 비난이 있었는데 확인 결과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며 "모텔을 갔던 건 지방 구직을 위해 이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경 청년청장은 "지난주 국감에서 청년수당이 오히려 다른 기본 수당과 비교해 관리가 더 철저하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게 아니라 기본은 청년들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을 사용하는 건 무작위로 영수증을 받아 실제 어디에 사용하는지 체크하고 있다"면서도 '영수증을 전부 받느냐'는 질문엔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이 이어지자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자 박 시장은 미국의 징벌적 배상 체계 등을 예로 들며 "제가 권한이 있다면 모든 행정의 철학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며 "무한한 신뢰를 주고 그 신뢰를 깨트리면 그 단체나 개인이 영원히 퇴출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행정을 8년 해보니까 기본적으로 불신에 기초한 행정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며 "청년을 신뢰하는 것에서부터 청년대책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23일 열린 '청년-시장 타운홀미팅'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채신화 기자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 김영경 청년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청년기본소득 실현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나.

A. 오늘 발표한 정책은 과거 청년들에게 제한해서 제공했던 것과 달리 구직 활동이나 월세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거의 보편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단계까지 갔다. 이것도 큰 틀에서 보면 기본 소득의 하나라고 판단한다.

Q. 이번 정책으로 청년들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까.

A. 청년들의 출발선이 같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가진 권한과 예산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오늘 발표 내용이다.

오늘 발표 내용에 포함은 안 했지만 청년들에게 현금 지원하는걸 뛰어 넘어 사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새로운 직업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더 세밀하게 준비해서 발표하겠다.

Q. 기존에 비해 복지예산이 크게 늘었는데 예산 확보는 어떻게 하나.

A. 쓸 곳은 많은데 늘 부족한 게 예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지난 8년동안 7조5000억원 정도의 채무를 감축했다. 서울시 어느때보다도 재정이 튼튼하고 충실해진 상태다. 확대 재정은 시민의 편익과 복지와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아직도 복지는 더 증대돼야 한다.

정책이 나올때마다 낭비, 포퓰리즘 등의 말이 나오지만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해야 과감한 도전과 새로운 혁신이 이뤄져 경제가 발전한다. 복지 선진국가는 보편적 복지 법칙을 갖고 있다. 가장 절박하고 절실한 부분에서 시작된것이니 만큼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이 아닌 리얼리즘이다. 청년들의 어려운 상황 해결하는데 기꺼이 쓰겠다.

Q. 청년수당 대상자를 10만명으로 추산한 근거는. 향후 확대될 수도 있나.

A. 서울에서 중위소득 150% 미만에 졸업 후 2년 지난 장기 미취업 청년들이 14만5000명 정도 된다. 이 중 중앙정부의 구직활동 지원 사업 등과 중복성을 피하면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재정여건이 된다면 향후 조금 더 늘리는 건 충분히 유동적이라고 보고 있다.

Q 청년수당에 참여하지 않은 인원에 대한 취업‧창업 비율은 얼마나 되나.

A.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청년수당의 직업 대상자들의 소득수준 등이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이 아니다. 서로 굉장히 다른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김영경 청장)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창업률이 32%고, 청년수당 취업률이 47.1%다.(2018년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 가운데 47.1%가 취업‧창업‧창작활동 등 '자기 일'을 찾았다고 응답) 단순비교하면 청년수당의 효과성이 더 입증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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