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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전격 시행…집주인-세입자 '옥신각신'

  • 2020.07.31(금) 11:13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부터 시행 '속전속결'
임대인-임차인 갈등 심화할듯…전셋값도 불안

"아들이 곧 결혼을 해서 전세로 돌리던 집을 물려주려고 하는데요. 세입자한테 전세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더니 실거주 한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안 그러면 신고하겠다고…."(임대인 A씨)

"추가 전세대출을 받아야 해서 집주인한테 질권 설정 동의를 부탁했는데 거절당했어요. 보증금 올리려고 기존 세입자들 내보내려는 거죠."(임차인 B씨)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을 앞두고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실제 사연이다.

정부가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하면서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먼저 시행되는 가운데, 집주인과 세입자가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뒤 보증금을 올려 새 세입자를 받으려 하고, 세입자는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버티려고 하면서 벌써부터 옥신각신하는 분위기다. 

전세 가격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어 당분간 전세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임대차2법부터 시행…'팔자vs버티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이달 29일 국회 법사위,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31일 청와대와 정부의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즉시 시행된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시 임대료 상승폭을 5% 이내로 제한하고, 그 범위 안에서 지자체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기존 세입자가 2년 계약이 끝난 후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2+2 보장안'이다. 1989년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후 가장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집주인이나 직계존속·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해야할 경우가 아니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임대차3법 중 전월세신고제는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내년 6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주택임대차법이 '초스피드'로 추진되자 임대인과 임차인들은 셈법 계산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순식간에 입장이 불리해진 임대인들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는 쪽으로 수를 쓰고 있다. 계약을 갱신할 경우 임대보증금을 최대 5%밖에 못 올리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땐 전세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어서다. 

이에 매매, 실거주, 전세대출 연장 거부 등 다양한 '꼼수'가 나온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연장해달라고 할 경우 질권설정을 거부하거나 다주택자라면 주택을 팔아서 임대 계약을 자동 종료시키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한 임대인은 부동산 온라인 채팅방에서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이유로 전세 계약 갱신을 거부했더니 나중에 전입신고서를 보내서 증명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더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자 임대인들 사이에선 "들어가서 살다가 나중에 전세금 올려서 다시 내놓으면 된다", "주택 원상복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피해보상하라고 할 수 있다" 등의 얘기가 오갔다.

반면 세입자들은 '최대한 버티자'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전셋값이 뛰는 상황에서도 임대보증금의 큰폭 인상없이 2년 더 거주할 수 있어서다. 

이에 일부 임차인들은 "집주인이 계약 종료하자고 회유할 수 있으니 연락을 받지 말자"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집주인은 퇴거를 원하는데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거주를 보장받으면 그 뒤로 집에 하자가 생겼을 때 수리를 안 해주면 어떡하냐"는 등 불안감을 표하기도 했다.

◇ 전셋값, 단기 '과열' 장기 '안정'?

전세 가격도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실거주 요건 강화, 갭투자 규제 강화 등을 담은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와중에 임대차3법까지 가세하며 상승폭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주간 변동률을 보면 이달 27일 전주 대비 0.14% 상승해 올해 들어 1월 6일(0.1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7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특히 고덕 등 신축 아파트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난 강동구(0.28%)를 비롯해 강남(0.24%), 송파(0.22%), 서초(0.18%) 등 강남 4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실제 전세 매물의 몸값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동대문구 휘경동 '동일스위트리버' 전용 84㎡의 전세는 직전월 최고가(4억40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높은 6억5800만원에 거래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도 같은 평형이 지난 21일 전세보증금 7억9000만원에 계약돼 한 달 전보다 1억원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전세 가격이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89년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날 때도 전셋값이 폭등한 전례가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988년엔 연간 5.11% 상승에 그쳤지만 1989년엔 26%, 1990년엔 16.44%에 달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 임대인들이 공급 자체를 줄이면서 가격은 더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최대 4년 계약이 보장된 만큼 4년 뒤 임대료가 한꺼번에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비도덕적, 탈법적 행위가 나타날 수도 있고 보유세 강화와 맞물려 보증부월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서울 등 도심 일부지역은 장기적으로 다시 임대료가 불안해지거나, 세입자를 가려받거나 집을 비워두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시세차익 등을 노릴 수 없는 상황에서 임대수익률까지 낮아지면 임대인은 소극적인 집수리로 대응하는 등 임대차의 질적 저하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부작용을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으론 '임차인 보호'에 대한 기반이 확립되고 전·월세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임대차3법은 임차인의 최소한의 권리와 과도한 부담(보증금 등)에 대항할 수 있는 보호 장치로 임대인 우위 시장에 대한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느라 혼란스럽고 임대인들의 꼼수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임대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임대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면 보증금에 잠겨있던 목돈을 빼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울러 핀셋규제가 아니라 전지역에 적용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시세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오히려 일정 보증금과 월세의 옵션이 다양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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