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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11구역서 나온 '득표율 96%'…견고한 '대형사의 벽'

  • 2021.01.05(화) 17:37

대우건설, 코오롱글로벌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 '압승'
조합원, 대형사 선호 분위기…상계2·흑석9 등 남은 수주전은?

정비사업 수주전 '대어'로 손꼽히던 흑석11구역이 대우건설의 품에 안겼다. 중견사인 코오롱글로벌과 맞붙으며 시작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렸는데 예상보다 더 압도적인 승리(득표율 96%)로 끝났다.

다시 한 번 대형사의 브랜드파워가 입증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등 주요지역 재건축·재개발사업장 수주전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점차 견고해지는 분위기다.

흑석11구역 재개발조합이 지난 4일 오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었다. 온라인 생중계 화면 갈무리./채신화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11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원 699명 중 서면결의 포함 630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대우건설이 607표를 받아 득표율 96.3%로 압승했다. 경쟁사였던 코오롱글로벌은 12표 득표에 그쳤다. 

흑석11구역 재개발 사업은 흑석동 304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16층, 25개 동, 1509가구(일반분양 553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가 약 4500억원 규모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4호선 동작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반포한강공원, 서달산(국립현충원)이 인근에 위치한다. 흑석초, 중대부초 등 학교도 가깝다. 

이처럼 흑석11구역은 대단지인 데다 '노른자위' 입지에 수주 격전지로 꼽혔다. 1차 현장설명회까지만 해도 대림산업,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쌍용건설, 한양(시공능력평가액 순) 등 대형사부터 중견사까지 10곳이 참석하며 수주 열기가 뜨거웠다.

최종 입찰엔 대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두 곳만 등장했다. ☞관련기사 [르포]흑석11구역 재개발, 써밋더힐 vs 하늘채리버스카이

판세는 대우건설 쪽으로 기울었다. 이 시공사는 흑석11구역에 오랜 기간 관심을 표하며 눈도장을 찍어왔고 시평이나 브랜드 면에서 경쟁력이 높았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과 최고급 빌라로 손꼽히는 용산구 '한남 더힐'을 시공했다는 점에서 '단지 고급화'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코오롱글로벌은 공사비 절감, 사업기간 단축 등으로 강점을 내세웠으나 결국 대형사의 '브랜드파워'를 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브랜드의 벽'은 점점 더 견고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 등 주요지역의 경우 시공사 모집 공고를 낼 때부터 입찰 요건에 '시평 10위권 내 시공사'를 못 박는 등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엔 부동산 규제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트는 조합들이 늘어나자 리모델링 수주전에도 이런 분위기가 옮겨갔다. 실제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에 나선 목동우성2차(1311가구) 리모델링의 경우 10위권 밖 시공사는 아예 입찰을 받지 않았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요즘은 아파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대형건설사나 프리미엄브랜드가 있는 건설사를 원한다"며 "조합들의 반발로 입찰 의향을 보여 온 중견건설사에 거절 의사를 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브랜드 경쟁력을 뛰어넘기 위해 입찰 조건을 공격적으로 내세워 사업을 따낸 중견사들도 있다. 하지만 '한남3구역 사태' 이후 과도한 입찰 제안이 금지돼 승부수를 두기도 어려워졌다. ☞관련기사 한남3구역이 쏘아올린 작지 않은 공

한 시행사 관계자는 "갈수록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서 무조건 브랜드만 보기 보다는 입찰 조건도 꼼꼼히 뜯어본다"면서도 "눈에 띄게 유리한 조건이 없다면 단지 이미지를 생각해서 대형건설사를 선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올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정비사업장들의 선택도 주목된다. 

이달 1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여는 노원구 상계2구역(2200가구)은 대우건설-동부건설 컨소시엄과 두산건설 2파전을 앞두고 있다. 흑석9구역은 흑석11구역과 함께 지난해부터 시공사 선정을 준비해 왔으나 조합 내홍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올해로 밀렸다. 삼성물산의 출현이 최대 관심사다.

용산구 한강맨션, 개포한신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들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바로 시공사 선정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은평구 불광5구역, 송파구 마천4구역 등도 연내 시공사를 정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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