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반포'로 불리는 흑석9구역이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은 역세권·학세권 입지를 갖춘 데다 15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인 만큼 대형건설사들의 입찰 저울질이 한창이다.
앞서 조합이 기존 시공사였던 롯데건설과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등을 두고 갈등했던 만큼 '브랜드 경쟁'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다만 새 시공사를 선정한 뒤에도 신반포15차 사례처럼 기존 시공사의 지위가 유지되는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3년만에 시공사 새로 뽑는 흑석9구역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은 이달 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11월29일까지 입찰을 받고 있다.
흑석9구역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10개 구역, 총 1만2000여 가구 예정)에서 흑석3구역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 다음으로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상징성이 있는 사업장이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7층~지상 25층, 21개 동, 1536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또 은로초, 중대부초, 중대부중을 끼고 있으며 중앙대 서울캠퍼스도 인접하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이 도보권이고 여의도, 용산, 강남 등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높아 '알짜 입지'로 평가 받는다.
지난 2018년 GS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은 결과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을 품에 안았고, 2019년 10월엔 흑석9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며 사업에 속도를 내는 듯 했다. 이후 조합 내홍과 시공사 교체 등을 겪으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졌다.
서울시의 인허가 문제 등으로 인한 설계 변경,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등에서 조합과 롯데건설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조합원들은 지난해 5월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계약 해지를 결의,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며 '새 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 집행부가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냈고 약 1년 만인 지난 5월 승소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시 시공사 지위를 회복한 롯데건설은 조합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뒤늦게 하이엔드브랜드인 '르엘' 적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이 지난 6월 임시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또다시 롯데건설이 시공사 계약 해지 결정이 나면서 시공사 재선정을 추진, 오는 12월중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이엔드브랜드·롯데건설 대응 등 변수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이 지난 15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시공능력평가순위 순) 등 4개사가 참석했다.
한때 구역 내 현수막을 내걸고 카카오톡 채널(톡톡 래미안)을 통해 관련 영상을 올리는 등으로 관심을 표했던 삼성물산은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2파전은 물건너 간 셈이다.
이번 수주전은 '브랜드'가 승패를 가르는 주된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은 흑석9구역이 '서반포' 입지인 만큼 단지를 고급스럽게 지어 미래 가치를 더 높이길 원하고 있다. 이에 하이엔드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DL이앤씨의 하이엔드브랜드인 '아크로'가 적용된 흑석7구역 '아크로리버하임'(2019년 입주)은 지난 8월 전용 84㎡가 2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달 초 흑석11구역을 수주한 대우건설도 하이엔드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한 '써밋 더힐'로 단지명을 제시한 바 있다.
흑석9구역의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회사 중 하이엔드브랜드가 있는 곳은 현대건설(디에이치), DL이앤씨(아크로) 두 곳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포스코건설은 '더샵'으로 각각 단일 브랜드를 사용 중이다.
기존 건설사의 사업 제안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8년 입찰 때 평당 490만원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하고 사업비 무이자 대여 등도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고(조합 제시 평당 588만원) 현재는 관련 규정도 개정돼 조합에 무이자 사업비 대여를 제안할 수도 없다.
향후 롯데건설의 대응도 변수로 꼽힌다. 롯데건설이 조합을 상대로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소송 등을 제기하면 사업이 또 멈춰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서초구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의 경우 2019년 대우건설과 결별하고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에 착수했는데, 대우건설이 최근 조합과의 항소심에서 승소, 시공사 자격을 되찾으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소송 등 대응 계획에 대해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