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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원 넘는데 고가주택?…기준 손봐야

  • 2021.02.03(수) 16:51

서울 9억 초과 아파트 51.9%…저가주택은 '갭매우기'
중개보수‧대출규제 등 9억 기준…무주택자에겐 '문턱'

단기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적용된 여러 기준도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고가 아파트 기준인 '9억원'은 더 이상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9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중개보수 요율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대출 규제 등도 달라지는데 서울 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9억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넘치는 유동성 등으로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든다 해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장에 적용되고 있는 고가주택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 수도권도 만만찮아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세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21.9%이던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는 2018년 31,2%에서 2019년 37.2%, 작년에는 49.6%를 기록했다. 올 초인 1월 기준 51.9%까지 늘었다.

상대적으로 가격 수준이 낮았던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와 금천‧관악‧구로구(금관구) 등의 집값이 지난해 급등하면서 더 이상 서울에서 9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수도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7년 9억 초과 아파트 비중이 1.1%였던 경기권은 올 초 기준 8%로 증가했다. 집값이 서울 강남 수준인 과천을 비롯해 수원‧용인‧성남과 1~2기 신도시인 위례와 판교, 분당과 광교 등의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당장 가격 안정보다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집값은 더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9%, 수도권과 서울도 각각 0.33%와 0.09%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유지 혹은 더 확대했다.

여기에 9억원 이하 아파트도 주변 시세와의 격차를 줄이는 이른바 '갭 메우기' 현상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경기 성남과 용인 등에서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늘면서 서울 내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보이는 효과가 감지되고 있다"며 "당분간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 따라잡기 국면이 이어져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상승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고가주택 기준 손볼까

이처럼 수도권 상당수의 아파트 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서 고가주택 기준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 안정에 주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2017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9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대다수의 기준들이 내 집 마련을 하는 서민들에게 가격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중개보수가 대표적이다. 현재 주택 매매 시 9억원 이상이면 중개보수 요율 최고치인 0.9% 이하에서 보수를 정하게 된다.

10억원의 주택을 거래하면 중개보수로 최대 900만원을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가격 상승과 함께 중개보수도 늘어나 소비자 입장에선 이중으로 자금 부담이 커진다.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9억원 이상의 구간을 새로 만들어 보수요율을 수정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준비하는 이유다.

또 수도권 대다수가 해당되는 규제지역 내에선 9억 초과분에 대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20%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1주택자여도 9억원 초과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된다. 취득세도 3.3%로 9억원 이하 주택보다 1.1%포인트 더 높다.

분양가 상한제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사업장 통제에도 토지비 상승 등의 여파로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 역시 소비자에게는 부담이다. 총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고, 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인 특별공급 물량도 없다. 9억원이라는 기준이 무주택자에게는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문턱이 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9억원 뿐 아니라 5억~6억원 등 중저가 주택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제도들의 가격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며 “그 동안 집값이 상승한 만큼 가격 기준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딤돌대출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이하(수도권, 비수도권은 100㎡)이면서 가격은 5억원 이하, 보금자리론은 가격 6억원 이하인 경우 받을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주택 기준 재정비가 필요한데 특정 가격대로 서둘러 지정하기보단 상위 몇%까지의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삼고 가격대를 정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또 물가 상승률 등도 고려해 가격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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