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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경계선 된 안전진단, 통과해도 못 해도 걱정

  • 2021.06.15(화) 16:02

[안전진단 딜레마]조합원 양도 금지, 출구 없어
사업 속도 근거 vs 사업성 악화 시 추진력 막힐 수

정비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이 이제는 사업 추진의 경계선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앞당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규제가 투기수요 진입을 차단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조합원들 간 이견 발생 등에 대처가 어려워 오히려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주택공급 활성화가 목적인만큼 지위양도 규제와 함께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투기수요 진입 막는다

현재 재건축 단지를 둘러싼 규제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2017년 발표한 8.2대책을 통해 서울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지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하며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을 막으려고 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집값 안정을 위해 수요 억제(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던 정부는 지난해 8.4대책을 기점으로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 초 발표한 2.4대책 등은 공공 주도로 서울 도심개발을 통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주택공급 확대라는 지향점은 같지만 서울시는 민간 주도를 강조하고 있다. 층고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건의하는 등 민간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 등이 추가 규제를 피해 원활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집값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강화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고육지책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사업을 진행하는 시간이 길어 투기수요가 진입할 소지가 충분하다"며 "지위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기면 투기수요 방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투기 조장을 방지한다는 점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속도 낸다 vs 발목 잡힐수도

관건은 이번 조치가 재건축 사업 속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다. 서울시가 추가적인 규제 카드를 꺼내면서까지 집값 불안을 막으려는 것은 안전진단 문턱을 통과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을 빠르게 추진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선 시장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재건축 조합 내 투기수요가 사라지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서울시도 공급 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는 만큼 서울시에서는 지위양도 제한 강화가 결정된 시점부터 더욱 빠른 사업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도 "재건축 단지 내에서 투기 수요가 사라진다면 사업 추진 속도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업 추진이 오히려 정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기투자와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구성된 조합이라도 조합원 이견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손바뀜마저 불가능한 점은 오히려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정비사업은 사업성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의견을 모아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합에 동의하지 않으면 팔고 나가고, 새로운 수요자가 들어와 사업 추진에 힘을 얻기도 하는데 사업 초반부터 거래가 제한될 경우 이런 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정체되는 단지들도 생길 수 있다"며 "가격안정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사업 속도 활성화 측면에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준석 교수는 "재건축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는 등 정부와 서울시 의지만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재건축을 주택공급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도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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